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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 ‘휴전’:
알맹이 없는 협상, 계속되는 갈등

ⓒ출처 백악관

12월 1일 트럼프와 시진핑은 미·중 무역 전쟁을 3개월 휴전하고, 12일부터 협상을 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휴전으로 미국은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 유예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중국은 미국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 인수 승인(퀄컴이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이것은 무의미해졌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40퍼센트 수입 관세 폐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규제 등을 내놓았다.

이번 협상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알맹이 없는 협상이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언론이 보도한 중국 측 ‘약속’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 쟁점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이고 없애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솽은 “유관 부문에 물어 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회담을 이끌었던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조차 “이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국가경제위원장 래리 커들로는 “자동차 관세가 제로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에서는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보안을 많이 내놓았다면 그것은 중국의 경제 사정이 미국보다 더 좋지 않고 무역 전쟁의 여파도 중국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이 협상 의지를 보인 정도였다. 따라서 향후 협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가 정상회담 직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를 중국과의 무역협상 책임자로 임명한 사실을 봐도 알 수 있다. 라이트하이저 임명 소식에 전 세계 금융계는 일찌감치 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에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안한 인물로, 피터 나바로(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와 함께 대중국 무역 강경파다. 피터 나바로조차 그를 두고 “지금껏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경험한 가장 터프한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갈등

미중 간에 협상이 시작됐지만 무역 전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5세대 이동통신 장비업체 화웨이 제품에 대한 미국의 보이콧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보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국 통신사들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들에게도 이 결정에 동참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호주가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결정했고, 독일과 영국 그리고 한국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화웨이 제품 사용을 이미 결정한 LG유플러스 제외)

미·중 무역 전쟁이 지난번 중싱통신(ZTE)에 대한 제재, 푸젠진화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에 이어 화웨이로 번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쟁점이 뭔지를 잘 보여 준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 전쟁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뿐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첨단기술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트럼프는 중국의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2025’를 콕 집어 공격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순순히 굴복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싱통신 사태 직후 시진핑은 “핵심 기술을 손에 넣어야만 국가경제와 국방안전, 국가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며 반도체 굴기를 천명했다.

따라서 미·중 두 나라가 무역 전쟁으로 타격을 입더라도,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우위를 지키려는 이번 전쟁에서 쉽게 물러서지 못할 것이다.

또한 무역 전쟁은 경제적 쟁점뿐 아니라 대만 독립, 티베트나 신장위구르의 인권 같은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미국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에는 눈꼽만큼도 관심 없으면서 단지 이를 중국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더 나아가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민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갈등은 정치적·군사적 긴장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레닌과 부하린의 제국주의론이 올바르다는 사실이 무역 전쟁을 통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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