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반복되는 철거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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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마포 아현2재건축구역 철거민 박준경 씨가 한강에 투신해 다음 날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강제집행으로 인한 고통과 철거 현장에 남겨진 어머니 걱정뿐이었다. “추운 겨울에 쫓겨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갈 곳도 없습니다. 저는 이대로 죽더라도 어머니가 걱정입니다.”
아현2구역에서는 2016년 6월부터 재개발 사업이 진행돼, 올해 8월부터 현재까지 총 24차례의 강제집행이 있었다. 지난 10월 30일과 11월 1일에도 아현동 철거민들은 용역깡패들에게 폭력적 만행을 당했다. 90세가 넘는 노인에게 소화기를 난사하고 60대 철거민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심지어 집주인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후 강제집행을 강행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마포구청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용역깡패의 불법 만행을 감시하기는커녕 사실상 눈감아 줬다. 이 때문에 강제철거에 맞서 온 빈민해방실천연대는 “아현2구역의 인·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자인 마포구청이 살인적인 강제철거를 방치한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도 없었다.
박준경 씨는 강제집행 과정에서 거주할 곳이 없어서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했다. 11월 30일 기거하던 공간에서마저 폭력에 의해 쫓겨나자 투신자살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용산참사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서울시장이 박원순으로 교체됐어도, 대통령이 문재인으로 교체됐어도 자본을 위한 재개발·재건축은 계속돼 왔다. 반면 철거민에 대한 이주대책에는 우파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관심조차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많은 철거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생존권 위협을 받으며 상실감과 공포감 속에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고 있다. 그래서 빈민해방실천연대 조항아 사무처장은 “박준경 님의 안타까운 죽음은 살인 개발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분노했다.
빈민해방실천연대는 12월 5일 규탄 기자회견에서 “철거민들이 여전히 목숨을 내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 우리는 분노한다”며 “[문재인 정부 이전 상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현실에 맞서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