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개원 강행:
문재인 정부의 의료 영리화 추진이 낳은 결과
〈노동자 연대〉 구독
12월 5일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제주도 녹지국제병원(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두 달 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의 불허를 결정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허가한 것이다.
원희룡은 이틀 전 이미 개원 허용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원희룡은 최종 결정을 위해 이해당사자인 녹지국제병원과 토평동, 동흥동 주민들을 만나고 청와대와 정부 측과도 긴밀한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도 측은 “전국적인 경제침체 상황”, “행정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 및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회복 고려”, “사실상 정체수준”의 “외국인 투자실적” 등을 운운했다. 두 달 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말을 뒤집는 발언으로 읽힌다. 12월 4일에는 병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내세우는 이런 명분들은 이미 공론조사 과정에서 논박당한 것들이다. ‘조건부’로 외국인에게만 허용한다는 얘기도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런 조건들에도 다수가 영리병원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공론조사 위원회는 제주도에 불허 권고를 한 것이다.
두 달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가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최근 두 달 동안 의료기기 및 의약품 안전 규제 완화법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며 원격의료도 허용하려 한다.
원희룡은 문재인의 의료 영리화 추진에 자신감을 얻어 영리병원을 허가한 듯하다. “청와대와 정부 측과도 긴밀하게 협의”한다는 말이 이를 시사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공론조사 기간에도 국토부 산하 공기업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녹지국제병원의 입장을 대리할 정도로 영리병원 설립에 공을 들였다. 공론조사 결과가 허가로 나오면 이를 명분으로 국내 1호 영리병원을 설립하려 했던 것이다. 문재인은 전에도 ‘공론화위원회’의 결과를 명분으로 비교적 반발에 부딪히지 않고 핵발전 폐기 공약을 폐기한 바 있다.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의료 영리화 조처로 기록될 것이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발표 직후 제주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개설 철회를 요구했다. 또 제주도지사 원희룡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들과 무상의료 운동본부도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12월 6일에는 윤소하 의원실 주최로 국회 기자회견도 열릴 예정이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 철회하라. 문재인 정부는 의료 영리화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