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신재민의 ‘폭로’를 두고 보수 야당들과 우파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재민은 ‘청와대가 2017년 기획재정부에 적자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에 초과 세수가 예상됐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기존 채무를 갚지 않고 4조 원 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하려 했고, 그 목적은 박근혜 정부의 부채 비율을 높여 문재인 정부 때 국가 부채가 크게 늘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했다는 것이다. 신재민은 초과 세수입으로 기존 채무를 갚아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 압력으로 관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결과적으로 국채는 발행되지 않았는데, 이 논의·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우파들은 적극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며 신재민 방어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나경원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했고,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최대 양심선언”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는 국가채무가 젊은 세대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면서 신재민의 주장을 두둔했다. 우파 언론들도 신재민을 양심 있는 공익 제보자라고 추켜올리느라 바쁘다.
신재민 주장의 전제는 국가 재정적자는 문제라는 것이고, 그래서 그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을 사실상 확고히 반대한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서민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그리고 당시에 거론된 조처들도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정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을 사용해 소득주도성장을 할 것이라고 생색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우파들은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일은 이와 딴판이었다.
2016년 이래로 정부는 세입 예상액을 보수적으로(적게) 잡고 여기에 지출을 맞추려 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의 균형재정 예산안(긴축 재정)을 내놓았고, 노동자·서민에게 절실한 일자리 늘리기, 복지 부문에서는 예산을 확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계급에게는 정부가 이런 데에 돈을 충분히 쓰는 것이 더 낫다. 부자 증세로 재정을 마련하면 된다. 정부 적자 줄이기가 우선이라는 신재민의 서투른 우익적 ‘소신과 원칙’을 옹호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편, 사태가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1월 2일 신재민을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중앙정부 규율 매기기 식으로 내부 폭로자에게 엄벌에 처하는 건 장차 진보적 취지의 공익 제보나 내부 비판까지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신재민 옹호자가 아니라도 억압적이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별 볼 일 없는 신재민을 우파 희생양처럼 부각시키는 것도 썩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신재민을 싫어하는 진보적 사람들도 정부 대응 방식에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