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잡아 가두는 속도가 박근혜 정부보다 빨랐다. ‘노동 존중’에서 ‘구속 수감’까지 2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노동 공약을 팽개치고 빠르게 후퇴했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이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노동정책 후퇴의 정점”이라고 규탄했다.
정부의 탄압은 노동개악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각종 후퇴와 노동개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민주노총의 저항을 약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탄압으로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전투성에 찬물을 끼얹으려 하는 것이다.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이 추진될 국회 개원에 즈음해(또한 3~4월에 있었던 지난번 국회 항의 투쟁을 이유로) 민주노총 간부들을 구속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6월 25일 국회 정상화 좌절에도 불구하고 노동개악이 통과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7월 투쟁도 겨냥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짜 정규직화, 조선업 구조조정, 공공부문과 공무원 직무급제 도입, 노동법 개악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들은 “일자리 늘리고 소득 올리겠다”던 문재인의 공약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일자리와 파업권을 정조준하는 것들이다.
자한당 대표 황교안은 민주노총과 최저임금을 “한국경제 리스크”(위험요소)로 지목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원 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한당은 4월 이후 대규모 장외 집회까지 열며 정부·여당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노동개악 문제에서 정부·여당의 인식이 자한당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이 바로 “리스크” 제거 정책이고, 이를 위해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에 임금 억제와 파업권 제약 등 양보를 종용해 왔다. 최근에는 여당 지도부 내에서 최저임금 동결 주장마저 나왔다. 이런 맥락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은 정부가 민주노총 배제와 탄압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사회적 대화” 제의 뒤에 감췄던 채찍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여당과 자한당은 다른 문제로는 서로 싸울지라도 노동 문제에서는 “원 팀,” 즉 한 패이다. 정부·여당이 적폐세력과 진지하게 싸운다고 착각해, 그들과의 정면 대결을 피해선 안 되는 이유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직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이제 노정관계가 파탄났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를 상대로 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동안 민주노총 집행부는 문재인 정부가 후퇴를 거듭했음에도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이제 이것이 일시적인 분노와 볼멘소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게다가 노정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한 만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대화와 참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상당 수위의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한다.
지금 투쟁 동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노동자 투쟁은 여러 전선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그러나 서로 흩어져 전개되고 있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위해 싸우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그리고 과로사, 노조 할 권리, 최저임금 등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런 투쟁들을 서로 연결시켜 전면화하고,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으로 상승시켜 가야 한다. 특히, 현장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꺼리며 흩어져 싸우면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이 점을 활동가들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지금은 분노를 쏟아내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효과적인 투쟁으로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주어야 할 때다.
201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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