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
힘들어서 못 살겠다! 인력 충원! 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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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가 인천 부평우체국 앞에서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발하며 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기자회견은 ‘우체국시설관리단 적폐청산 시리즈’의 첫 행사였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다. 우체국 청사의 시설 관리, 미화, 경비 등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25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원래 이 업무는 정규직 공무원이 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예산을 절감하려고 2000년에 자회사를 설립해 업무를 외주화해 간접고용으로 대체했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 대비 42퍼센트 수준으로 매우 열악하다.
노동자들은 2015년 노조 설립 후 투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해 왔다. 하지만 우체국시설관리단은 노조 설립 때부터 부당 해고, 원거리 강제 전보, 인사 불이익 등을 자행하며 탄압했다. 올해에도 임금 협상 기간에 박정석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장에게 자택 대기에 이어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최근에는 1인당 청소구역 외 업무를 거부한 인천 부평우체국 미화 노동자 9명을 징계하기도 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미화 노동자들의 1인당 청소 면적은 민간 기준(최대 400평) 대비 최대 189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과중하다.
“전국에 미화원 85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부족한 인원이 432명입니다. 3명이 해야 할 업무를 2명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평우체국은 18명이 해야 할 일을 2012년부터 11명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서 못 살겠다며 1인당 청소구역인 400평만 청소하겠다고 사측에 얘기했습니다. 사측은 ‘노동조합이 없을 때부터 모든 구역을 미화원들이 다 청소했다’, ‘옛날에는 다 했는데 지금은 왜 못 하냐’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미화원들에게 경고장과 징계, 자택 대기를 남발했습니다. 미화원 11명 중 9명이 징계를 당했습니다.”(박정석 지부장)
부평우체국 미화원 노동자들은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부평우체국 앞에서 120일째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본사 사람들”이라며 사측을 규탄했다. 이런 과중한 업무 강요는 부평우체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편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커녕 처우 개선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도 불만이 상당하다. 노동자들은 시설관리단이 아니라 해당 우체국 관리자의 업무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시설관리단은 공공기관 자회사란 이유만으로 정규직 전환 예외로 분류됐다.
노동자들은 이런 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피해를 받아 왔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매년 우정사업본부한테서 예산을 받아 비정규직 노동자 2500명에게 최저임금에 불과한 월급을 주고 남는 예산을 ‘수익금’ 명목으로 우정사업본부에 반납했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해야 할 예산을 우정사업본부로 반납해 온 것이다. 이 돈은 지난 19년간 333억 원이나 된다.
올해 임금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노조는 전 직종 월 20만 원 인상을 요구한다. 그런데 사측은 최저시급에서 미화원은 20원, 경비원은 70원 인상하는 안을 내놓아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정사업본부 산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 한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장기근속수당으로 최대 15만 원(매년 1만 원씩 인상) 지급받는다. 그러나 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자들의 장기근속수당은 최대 5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어처구니 없게도 사측은 이를 고작 7만 원으로 늘려주겠다고 한다.
사측은 성과금 지급에서도 차별을 일삼아 왔다. 지난해까지 본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경영평가 성과금을 110퍼센트 받는 동안, 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과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 했다. 사측은 올해 성과금으로 48퍼센트 지급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는 6월 25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투쟁을 준비 중이다. 노조는 7월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이나 7월 9일 우정노조·집배노조의 공동 파업 때 자신들도 투쟁에 합류할지 논의 중이다. 우체국시설관리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