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대의 테러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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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최대의 테러리스트이다
강철구
세계의 통치자들과 기성 언론들은 "자유 세계"를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에게 격분하고 있다. 그들은 '인권과 평화의 사도'라도 되는 양 테러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한껏 비난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살해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해 유족·친지와 아픔을 공유한다.
그러나 그 동안 미국이 저질러 온 온갖 만행과 테러에 대해서 권력자 집단과 그 언론은 한결같이 침묵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거만함과 패권주의에 대항한 테러는 그 동안 미국이 저지른 사악한 범죄 행위와 대량 학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미국은 1945년 8월 일본이 이미 항복 의사를 밝혔는데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 투하 직후 사망한 사람만 20만 명이 넘었다.
1950년 미국은 한반도에서 4백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전쟁을 벌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국은 베트남 민중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2백만 명을 죽였다.
위선
미국 지배자들은 이 참에 테러리즘을 발본색원하겠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를 끝장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처럼 역겨운 위선은 없다. 미국 지배자들이야말로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테러를 자행하고 후원해 온 장본인이다.
미국은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무려 50만 명을 학살한 수하르토 군사 쿠테타를 후원했다. 당시 서방 열강은 모두 수하르토의 승리를 축하했다. 1975년에 미국 지배자들은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점령해 70만 명의 인구 가운데 15만 명을 학살하는 일을 흔쾌히 승인했다.
미국은 앙골라에서 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익 깡패 집단 앙골라완전독립민족동맹(UNITA)을 적극 후원했다. CIA는 처음부터 UNITA에 무기를 제공했다. 그 후 20년에 걸친 유혈 낭자한 내전으로 7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학살당한 사람 가운데 3분의 2가 어린이였다. UNITA는 촌락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주로 민간인을 공격했다. 그 결과, 6만 5천 명의 사람들이 다리가 잘렸다.
1948년 건국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폭력을 사용해 7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수십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벌어지자 이스라엘 편에서 군사적 충돌에 직접 개입했다.
기성 언론은 중동 지역의 테러리스트 단체들을 "악마"로 묘사하는 데 여념 없지만 악명 높은 도살자인 이스라엘 정치인 아리엘 샤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아리엘 샤론은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해서 병원과 학교에 폭탄을 퍼부었고,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을 불도저로 밀어 버렸다. 이 때 적어도 1만 9천 명 정도가 죽었는데 대부분 민간인이었다. 아리엘 샤론이 중동 지역에서 벌인 끔찍한 테러는 미국과 서방 세계에 이익이 됐기 때문에 어떤 비난도 받지 않았다.
이밖에도 미국이 권력과 이윤을 지키기 위해 잔혹한 테러범들을 직접 양산하거나, 수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한 테러범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돈과 무기를 지원한 예는 수없이 많다. 빈 라덴 자신이 그 중 하나다.(이에 대해서는 이번 호의 다른 글 "빈 라덴-미국이 창조한 괴물"을 보라.)
학살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에도 사악한 범죄 행위를 중단하지 않았다.
1989년 12월 말 미국 군대는 중미의 파나마를 침공했다. 이전 동맹자였던 노리에가가 미국에 대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포와 폭격기들은 파나마 시의 대부분 지역, 특히 빈민가를 폐허로 만들었다. 2만 6천 명의 병력이 파병돼 약 8천 명의 무고한 파나마인들을 학살했다.
1991년 제2차 걸프 전쟁에서 25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석유를 위한 전쟁의 제물이 됐다. 미국과 서방은 군사 목표물만 폭격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수도 시설, 도로, 학교, 병원, 통신 시설 등 사회 기반 시설에 맹렬한 폭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의 결과, 적어도 1백50만 명이 질병과 영양실조로 죽었다.
1993년에 미국은 소말리아를 침공했다. 그 때 1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미국이 퍼부은 로켓탄과 총탄에 맞아 죽어 갔다.
1998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클린턴은 이라크를 폭격했다. 4백 대의 치명적인 크루즈 미사일이 이라크에 투하됐다. 폭탄이 병원과 학교와 주택가를 타격해 수백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었다.
1998년 8월 20일 탄자니아와 케냐에 있는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에 1백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클린턴은 "추가 테러 방지"를 위해 테러 훈련기지와 화학무기 생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폭격당한 곳은 수단의 의약품 50퍼센트와 유엔 허가 하에 이라크에 수출하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의약품 공장이었다.
제국주의 열강이 지원한 20여 년에 걸친 내전으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은 빈곤과 기아로 신음하고 있다. 그런데도 UN은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1999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탈레반 정부 주장대로 아프가니스탄에는 "단 한 발의 미사일 가격에 버금갈 만한 공장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미국 지배자들은 "피의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대참사 이후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미국의 침공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응징을 호소했다. 키신저는 선거로 선출된 아옌데 정부를 전복해 10만 명이 넘는 칠레 사람들을 학살한 피노체트 쿠데타를 후원했다.
1999년 4월에 미국과 나토는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78일 동안 폭격했다. 어린이, 병원 환자, 노인 등은 모두 지난 주 미국에서 벌어진 테러로 죽은 사람들처럼 자신들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전혀 듣지 못했다.
당시 나토는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가 코소보인들을 "인종 청소"했다는 것을 폭격의 빌미로 삼았다. 그러나 미국은 나토 동맹국인 터키가 저지른 쿠르드족 말살 정책에는 침묵했다.
그 동안 "인도주의"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된 미국의 군사 개입은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참전이 파시즘에 대항한 위대한 민주주의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는 철로를 폭격하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세계의 가장 강력한 열강으로서 테러, 독재 지원, 마약 거래, 암살, 무고한 민간인 학살, 우익 테러리스트 양성, 수천만 민중의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대한 부정 등 온갖 잔학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바로 이런 미국이 외치는 '테러 근절'은 완전한 위선이다. 결코 그들의 사악한 거짓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 지금 빠르게 준비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오랜 내전으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미국 참사보다도 훨씬 더 많은-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