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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연장은 참사를 부를 수 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지난 6월 13일 국회 국방위 답변 과정에서 올 연말 임무가 끝나는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이 요청한 유엔기구청사 경비임무를 맡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몇 개월 전부터 유엔기구청사 경비를 요구했다는 점, 윤 장관의 발언이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나왔다는 점, 2006년도 정부예산안에 자이툰부대 파병경비가 포함됐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실상 한미당국 사이에는 자이툰부대 파병연장과 임무 확대에 관한 협의가 끝난 듯하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이 달린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이 국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진정 실패한 전쟁의 뒤치다꺼리를 하려는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은 ‘부시의 전쟁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의 숫자가 1천5백 명을 넘어섰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 종전을 선언하기 전에 사망한 미군이 1백38명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이라크 상황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미국 국방부장관 럼스펠드조차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항이 향후 몇 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라크는 부시에게 제2의 베트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한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철군 움직임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참전국 중 24개국이 이미 철군을 단행한 상황이고, 최근 이탈리아와 불가리아 정부도 철군 계획을 밝혔다.

심지어 침략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영국조차 이라크 주둔 병력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월 10일치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 일요일판이 공개한 비밀문서에 따르면 영국은 현재 8천5백 명의 이라크 주둔 영국군 중 상당수를 3개월 내에 철수하고, 6개월 내에 대규모 철수를 감행하여 2006년 중반까지 영국군 숫자를 3천 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 이 문서에는 “18개 주 가운데 14개 주에서 2006년 초까지 이라크인들에게 치안 통제권을 이양, [연합군] 17만 6천 명을 6만 6천 명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침략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영국조차 이같이 철군·감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판에 파병 3위 국가인 한국은 파병기간을 연장하고 그 임무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 답은 뻔하다. 미군과 영국군이 담당해 온 역할을 자이툰부대가 떠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엔원조기구 청사 경비 임무만 해도 그렇다. 이라크 주민들은 유엔에 대해 미군 못지않은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유엔의 경제봉쇄로부터 처절한 고통을 경험했고 유엔이 미국의 침략전쟁을 방조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데 있다. 지금은 유엔기구 청사경비에서 시작하지만 이것은 자이툰부대의 임무가 확대되는 첫걸음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런던에서 끔찍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군의 침략 행위가 중단되지 않는 한 저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런던의 참사는 똑똑히 보여 주었다.

많은 나라들이 철군 또는 감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파병을 연장하고 그 임무를 확대하는 것은 한국을 집중적인 표적으로 삼아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3위의 파병국은 제3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표적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 한가지밖에 없다. 철군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파병을 연장하면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 한다. ‘테러방지법’으로 테러를 막을 수 없으며, 인권침해만 가져올 뿐이다.

최근 인터넷 여론조사에 의하면 네티즌의 70퍼센트 이상이 자이툰부대 파병연장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60퍼센트 이상이 파병연장에 찬성했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파병을 인정하고 철군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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