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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 미국이 창조한 괴물

빈 라덴- 미국이 창조한 괴물

  

9월 11일 테러가 발생하자마자, 미국의 지배자들은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조직 알-카에다를 테러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가 주범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라덴을 미리 범인으로 지목하고 사태를 몰아가고 있다.

 라덴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지배자들에게 골칫거리였다. 작년에 예멘에 정박중이던 미국의 구축함에 대한 자살 공격도 그의 소행이었고, 1998년에 아프리카에 있는 미국의 대사관 두 곳이 폭탄 테러를 당했을 때도 그가 범인이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지난 1995년에는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 폭파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적도 있었다. 미국의 극우파 청년 티머시 맥베이가 범인이었는데도 말이다.

"자유의 전사들"

 미국 국무부는 라덴을 가리켜 "오늘날 세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후원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를 일급 테러리스트로 훈련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 정부다.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건축업으로 돈을 모은 백만장자다.

 그는 1979년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연합 반군 단체인 무자헤딘('전사'라는 뜻)에 가담해 소련군과 싸웠다. 1980년대 내내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는 무자헤딘과 라덴을 지원했고, 당시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그에게 각종 전투 기술을 가르쳤다. 지금 미국이 공습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보병용 대공 미사일인 스팅어 미사일도 사실은 이 때 미국이 무자헤딘 반군들에게 제공했던 것들이다.

 1980년대에 라덴은 거액을 주고 불도저를 사서 아프가니스탄 요충지에 게릴라전을 위한 참호를 팠다. 그리고 소련군에 대항하기 위해 이집트·레바논·터키, 기타 여러 나라에서 수천 명의 전사들을 모집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라덴과 무자헤딘을 "자유의 전사들"로 추켜세웠다. 그런데 이제는 똑같은 세력을 "국제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고 있다!

동지에서 적으로

 1989년에 마침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이 철수하자 라덴은 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갔다.

 그러나 2년 뒤에 걸프전이 터지자 미국에 대한 지하드, 즉 성전(聖戰)을 선포하고 미국이 군사 기지로 사용하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 수단으로 갔다.

 수단에서 계속 반미 테러 활동을 벌이던 그는 1996년에 미국의 압력을 받은 수단 정부가 자신을 추방하자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옛 동지였던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오마르의 비호를 받아 왔다.

 1998년 8월 케냐의 나이로비와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미국 대사관 두 곳에서 폭탄이 터져 2백57명이 사망했다. 그 보복으로 미국은 수단의 하나뿐인 제약공장(당시에 미국은 이 공장이 화학무기 제조공장이라고 거짓말했다)을 폭격해 날려 버렸고, 크루즈 미사일과 첨단 토마호크 미사일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훈련 기지들"을 폭격했다. 그 기지들은 바로 미국의 CIA가 소련에 대항하는 무자헤딘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었다.

 라덴과 그 추종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사실, 미국 정부는 이미 1990년에 미군 철수를 약속한 바 있었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동의 석유가 세계 패권을 유지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데,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 병사들이 이슬람 성지를 더럽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덴은 미국이 아랍권 국가들을 무력하게 만들어 미국의 이해관계에 종속시켜 왔고, 중동에서 서방 제국주의의 경비견 노릇을 하는 이스라엘을 이용해 아랍인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덴은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는 알라의 가호 아래서, 알라를 믿고 그 뜻에 순종하여 은총을 바라는 모든 이슬람교도를 규합하여 미국인들을 처단할 것이다."

 라덴과 그 추종자들은 또한 1996년 4월 18일에 이스라엘의 포병이 레바논의 UN 기지에서 1백6명의 레바논 민간인을 학살했던 사건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그것이 실수였다고 발표했지만, UN의 진상 조사 보고서는 그 학살이 고의적인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미국 행정부는 그 보고서가 공개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지만, 당시 UN의 사무총장이었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가 이를 유출하자 그의 연임을 막고 사무총장 자리에서 쫓아내 버렸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마찬가지로, 한때는 미국의 동맹 세력이었지만 이제는 적이 돼 버린 인물이 바로 라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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