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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성행진에 대한 아쉬움

빈곤의 ‘여성화’ 반대,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를 주요 의제로 내건 대안세계화 운동인 ‘세계여성행진’이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지난 7월 3일 한국에 도착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조직위(이하 ‘여성행진’)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이 세계여성행진 집회를 따로 개최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된 것은 ‘성 주류화’ 문제와 ‘성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이견 때문이었던 듯하다.

1995년 유엔 주도의 북경여성대회에서 채택된 ‘성 주류화’ 전략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리고, 여성 차별을 줄이는 법과 제도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전략이다.

여성 국회의원이 겨우 13퍼센트뿐이고 여성의 권리를 위한 법과 제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법·제도상 남녀 평등을 위한 조처들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성 주류화’ 전략은 계급 문제를 도외시함으로써 대다수 평범한 여성들의 삶이 나아지게 하지는 못 했다. 여성 취업자 수가 늘긴 했지만, 전체 여성 노동자 중 70.5퍼센트가 비정규직이다. 여성 임금은 남성의 63퍼센트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 들어 여성 장관과 국회의원이 약간 늘었지만, 평범한 여성들에 대한 공격은 강화됐다. 노무현 정부는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의 인상 요구를 묵살했고, 생리휴가를 무급화했고,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또, 이라크 파병을 통해 이라크 여성들을 빈곤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짓을 계속했다.

이런 점에서 ‘성 주류화’ 전략에 대한 ‘여성행진’ 측의 비판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여연’이 정부의 역할 강조 같은 위로부터의 개혁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집회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초좌파적 태도다. 사실, 세계여성행진 자체가 UN과 세계은행, IMF에 청원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분리 개최의 결정적 계기는 ‘성 노동자’ 문제에 대한 이견이었던 듯하다. ‘여연’은 ‘여성행진’ 측이 ‘성 노동자’ 운동을 지지하는 토론회를 연 것을 문제 삼았고, ‘여성행진’ 측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런 이견들이 있었음에도, 빈곤과 여성 차별 반대라는 공통의 요구를 놓고 단결해 함께 싸울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함께 싸우면서도 논쟁하는 것이 운동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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