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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노동자와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

노무현 정부가 6백50만 명 규모의 ‘8·15 대사면’ 계획을 발표하면서 비리 정치인들을 포함시키려 한다.

지지율이 바닥을 기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역대 정부가 자주 써먹은 난국 돌파용 “대사면”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국민통합”은 겉치레일 뿐이고 속내는 ‘측근 구하기’이며 ‘권력간 야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노무현이 “대사면”하려는 권력자들은 하나같이 대중에게 엄청난 좌절과 분노를 안겨준 자들이다.

천문학적인 불법 선거자금을 거두고 ‘돼지저금통 사기극’을 벌인 열우당의 정대철·이상수·이재정과 노무현 측근으로 각종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안희정·여택수·최도술 등이 그들이다.

노무현은 한나라당도 끔찍히 배려했다. ‘차떼기’의 주역들인 최돈웅·김영일·서청원을 비롯해 이회창의 측근 서정우·신경식·박명환·박상규 등이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사면을 비판했지만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은근 슬쩍 풀어달라는 본심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전 경기도지사 임창열,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김운용, 권노갑 등 70여 명의 명단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김우중이 돌아온 것도 사면을 염두해 둔 것이라는 ‘밀약설’이 나돌고 있다. 이미 김우중은 구속된 지 며칠 만에 호텔급 병원에서 ‘휴양’중이다.

열우당은 “생계형 범죄”로 처벌받는 6백50만 명 가량을 사면하며 “은전”을 조금 더 “베풀다 보니” 비리 정치인 10여 명이 포함됐다고 말하지만 납득할 사람들은 없다.

가벼운 위반으로 생계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면해 줘야 하지만 부패·비리 정치인들은 결코 사면해서는 안 될 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가석방, 형 집행정지, 구속 집행정지 등으로 실제 옥살이는 단 몇 달밖에 하지 않았다.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은 만기를 거의 다 채워가도 가석방은 하늘에 별따기이고 죽지 않고서는 형 집행정지로 교도소 문을 나설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서울 구치소에는 ‘개털’들만 남고 ‘범털’들은 밖으로 나왔다”고 개탄했다.

〈조선일보〉는 “일반 국민이 … 사법부를 우습게 알게“ 되기 때문에 사면이 너무 자주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자주 많은 사람들을 풀어 주는 것이 아니라 풀려나와야 할 사람들은 풀려나지 못하는 반면 도저히 용서해선 안 되는 부패한 자들은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풀려난다는 것이다.

지금 감옥에는 1천2백여 명의 양심수가 갇혀 있다. 이들 가운데 92명(7월 11일 현재)은 국가보안법·집시법 등 악법으로 부당하게 갇혀 있는 노동자·농민·빈민·학생들이다.

종교적·평화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 채 감옥에 갇혀 있는 청년들도 1천53명에 이른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있는 전 민주노동당 고문 강태운 씨는 74세의 고령에다 구속 전 심장혈관계 이상으로 협심증 수술을 받았고 당뇨·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고 있다.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된 농민 조현수 씨는 고관절 질환을 앓고 있어 혼자 힘으로 계단조차 오르내릴 수 없는 상태다.

이현중 열사가 분신한 세원테크 투쟁으로 갇혀 있는 노동자 구재보 씨의 아버지는 이렇게 호소한다.

“재보가 4년 감옥살이를 마칠 때까지 기다릴 만한 기운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부디 우리 재보를 늙은 어미 아비 품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2003년 한 해 동안 노무현이 구속한 노동자 수는 2백4명으로 김영삼·김대중 정권의 5년 평균 구속 노동자 수를 훨씬 넘어섰다.

2004년에는 3백37명을 구속하여 노태우 정권(3백95명)의 평균치에 근접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백 명 가까이 구속했으니 최고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다.

구속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과 화장실·식당·휴게실 설치 등을 내걸고 파업을 벌인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 49명이 옥살이를 하고 있다.

비리 정치인 사면에 쏠리는 분노를 의식한 열우당에서 최근 구속 노동자를 석방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물타기식 끼워 넣기’는 구속 노동자와 양심수들을 모욕하는 짓이다. 더구나 “지난 연말 이후 구속·수배자는 제외”한다니 그나마 생색내기에 그칠 듯하다.

노무현 정부는 비리 정치인 사면 논의를 당장 집어치우고 구속 노동자와 양심수 들을 전원 사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