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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여성 차별을 경험하며 내가 느끼고 변한 것

‘여성 차별’은 일상 곳곳에 너무 많이 존재해서 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주 무겁게 다가와서 할 말이 많은 주제다. 이 사회는 여성 차별이 아직도 만연하다. 여성 차별은 과거와 현재의 내 일상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나는 십대 시절부터 정말 많은 여성 차별을 일상에서 경험했다. 나는 어릴 적 명절에 친가에 갈 때마다 엄마들(엄마, 큰엄마들)이 그 많은 제사상을 차려 내고, 식구들에게 삼시 세끼를 해 먹이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이건 아닌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왜 친할아버지 딸도 아닌 엄마들이 일을 해야 하는 거지? 여자라는 이유로? 왜? 등 알 수 없는 물음표를 머릿속에 띄웠다.

그런 일이 우리 세대에는,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어쩌면 더는 일어나지도 않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되자마자, 여성 차별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사회가 나 같이 어리고 약한 여자들에게 얼마나 차별적인지 여러 번 느꼈다.

헬스장에서 한 직원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나에게 성적인 농담을 했고, 불필요하게 의도된 접촉을 시도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는 남성 사장이 둘만 있는 공간에서 성희롱을 했다. 허락을 맡지도 않고 갑자기 손을 잡는다든지 하는 이상한 사건들이 내게 있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 왜 나한테만 이상한 남자들이 걸리는 거지? 내가 운이 정말 없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주변의 여성들과 이런 주제로 얘기해 보니, 그들도 나와 비슷하거나 더 심한 성차별적인 언행들을 경험해 왔었다. 그런 비슷한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여성 차별을 경험하거나 보고 듣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 차별에 대해서 더 알고 분노하게 되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내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2년 전에 나는 만나던 사람에게 성폭력을 경험했다. 그 일이 너무 수치스럽고 힘들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만남이 끝날 때까지 혼자서만 속앓이를 했다.

더 넓은 사회적 관점

이 경험은 큰 충격을 줬고, 나는 가까운 사람들도 믿지 못하게 됐다. 가까운 남자들을 다 불신하게 됐고, ‘남자 혐오’라 할 만큼 남성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 봤다. 그들이 내게 해를 끼칠 것만 같았고 내게 접근하는 것조차 불편하고 무서웠다.

나는 이 일로 성폭력 상담을 받고, 법적인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했다. 혼자서 말 못 할 고통과 아픔 속에서, 나의 내면과 세상 모두와 싸워야 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여성 차별을 개인적인 시선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나 자신이 주체가 된 적극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내가 이런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이 끔찍하게 싫고 억울하고 화났다.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가해자뿐 아니라 모든 남성을 탓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분노는 나를 더 아프고 힘들게 할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분노를 사회적인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남자들은 가부장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여성 차별적인 이 사회는 썩었다’ 하는 회의적인 생각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말하고, 공부하고, 행동해서 내가 겪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적어도 줄어드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24년간 살아오며 내가 겪은 문제들과, 내 친구, 아는 언니, 엄마가 겪은 문제들이 별반 다르지 않고 ‘여성 차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이 여자라는 이유로(물론 남자라는 이유로도, 어떤 성이라는 이유로도) 차별받으면 안 된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엥겔스의 말처럼 “남성이 살면서 돈이나 다른 권력 수단으로 여성을 굴복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회, 여성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 다른 어떤 동기로 자신을 남성에게 내맡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의 삶에서,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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