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제국주의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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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래로 벌어진 세 번의 커다란 전쟁
냉전의 아이러니한 효과
냉전기에는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양대 진영이 공포의 균형에 근거해 전 세계를 둘로 나누고는 서로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정해 줬다. 이 점에서 냉전기는, 비록 일부 지역에서 국지전이 존재했을지라도 제국주의 열강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기였다. 미국과 소련 모두 전 세계를 여러 번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핵전쟁이라는 자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편을 위협해, 상대방 영향력 아래 있는 지역을 빼앗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소련은 그리스와 터키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인정해 준 반면, 미국도 소련의 동유럽과 중앙 아시아 장악을 묵인해 줬다.
냉전은 미국과 소련이 열전을 벌이기보다는 군사력 경쟁을 추구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이 군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다 보니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생산에 투입돼 이윤율을 낮출 수도 있었을 유휴 자본들이 파괴적인 무기를 생산하는 데 투입됨으로써, 이윤율 저하 경향을 잠시 상쇄해 주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장기 호황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냉전기에 형성된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독일과 일본 경제의 급성장이었다. 패전 국가였기 때문에 오히려 군비 증강의 부담을 지지 않았던 두 국가는 시장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미국이 상당 부문 장악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특히 세계 무역과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던 1970년대부터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빨리 줄어들었다. 그래서 1980년대쯤에 세계는 정치
지역 소열강의 등장
냉전기에 일어난 또 다른 주요한 변화는 제3세계의 일부 국가들이 자본 축적의 중추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중동 지역의 이란
그러나 이들 국가는 냉전기 동안에는 여전히 미
제2차 걸프 전쟁
동유럽 스탈린주의 정치체제들이 붕괴하자 전직 미국 국무부 관료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제 자유주의가 최후의 승자가 됐으며
1991년 1월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데에는 단지 중동 석유에 대한 지배력 유지라는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냉전 해체 이후 불안정해진 세계에서 자신만이 세계의 헌병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 했다. 그래서 그 전에는 미국의 우방이던 국가들
미국의 이런 의도는 특히 일본과 독일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미국 군대만이 이들 나라에 석유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수단이 제2차 걸프전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4백억 달러가 들어갔던 걸프전의 전비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뿐 아니라 다른 우방국들에게 분담해 내도록 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쇠퇴한 미국 경제력과 세계의 헌병이고자 하는 미국 노력 사이의 격차를 보여 준다. 다른 한편, 독일과 일본은 걸프전의 전비를 부담하면서도 영향력이 늘지 않아 걸프전이 오히려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
발칸 전쟁
소련 블록이 붕괴하자 미국은 이전에 소련이 장악했던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됐다. 미국 주도 하에서 나토는 동진 정책을 펴면서, 이전에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국가들을 나토의 회원국으로 편입시키려 애썼다. 1999년 발칸 전쟁이 벌어졌던 바로 그 달
미국의 에너지 장관 빌 리처드슨은 발칸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1998년 11월에 이렇게 말했다.
냉전 해체 이후 이 세계가 더 불안정해지고 전쟁의 위협이 더 커졌다는 사실은 나토의 행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토는 동진 정책과 함께
나토의 동진 정책으로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심지어 나토 내에서도 주도권을 두고서 미국
전쟁과 반자본주의
미국의 군사력과 그 밖의 다른 국가들의 군사력 격차도 더 큰 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군비 지출은 세계 1위로, 그 다음 13개 국가의 군비지출액을 전부 합한 것보다 더 많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무역과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냉전 때보다 크게 줄었다. 미국 지배자들이 군사력에 의존하는 정책을 펼치는 주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정책은 세계 곳곳에서 불안정과 갈등을 낳고 있다. 발칸 전쟁 때도 미국은 러시아 경제가 취약해진 것을 이용해 러시아가 나토의 군사적 목표에 동조하게끔 압박했지만, 제한적인 성과만을 얻었을 뿐이다. 푸틴이 나토에 가입할 의사를 내비치긴 했지만, 나토가 동진 정책을 계속 추구해 러시아의 국경선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러시아도 군사력 증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 아시아
바로 반자본주의 운동이 제국주의가 낳은 파괴와 공포 한가운데서 등장한 한 가닥 희망이다. 가난, 실업, 환경 파괴가 자본주의 체제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반자본주의 운동가들은 이번 전쟁도 이 체제와 연관시키기 시작했다. 실제로 신자유주의나 세계화 추세는 전쟁으로 치닫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IMF, 세계은행, WTO를 지배하고 있는 바로 그 국가들이 세계에서 군사력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국가 간의 갈등이 여기저기서 표출되고 있다. 이 점에서 부시의 전쟁은 세계화의 군사적 표현이다.
체제의 동역학 자체를 의문시하고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은 전쟁으로 치닫는 이 체제의 불가피한 경향에도 반대하고 있다.
이 체제의 경제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이 서로 연결돼 있듯이, 이 체제와 맞서 싸우는 운동도 하나의 표적을 향하도록 돼야 한다. 이 점에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 운동에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참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