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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위기의 원인과 대안

당직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대부분 당의 위기를 인정하고 있다. 가장 오른쪽에서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말하고 있는 것은 주대환 당 대표 후보다.

주대환 후보는 “운동권적인 사고와 활동 방식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 점이 우리의 한계”라며 “운동권 정당에서 벗어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에게는 악법 준수 거부와 당직공직겸직금지 등이 모두 “대중정당에 어울리지 않는 … 과감하게 정리”할 대상이다.

하지만 당의 위기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노무현과 열우당에 대한 정치적 독립을 분명히 하지 않고 헛된 ‘개혁 공조’ 등을 추진하다가 당은 혼란에 빠졌고 뒤통수를 맞았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 하반기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이다. 자민통 경향이 주도한 당시 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에게 보안법 폐지를 기대했다가 헛물만 켰고, 역으로 비정규직 개악안과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투쟁 전선만 흐트러뜨렸다.

2005년 6월에 민주노동당 의원단 다수가 한나라당의 윤광웅 해임건의안에 반대한 것도 한 예다. 노무현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던 상황에서 그것은 ‘구원투수’ 구실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당 대표 후보 3명은 모두 ‘개혁 공조’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침묵하고 ‘사안별 개혁 공조’를 지지한다는 입장만 내고 있다.

‘개혁 정책이면 누구와도 공조할 수 있다’는 말 속에는 열우당이 주도하는 공조 속에 당의 독자성이 흔들렸고 진정한 개혁도 얻지 못했다는 교훈이 빠져 있다.

“당의 위기는 ‘당 정책의 위기’”라고 지적한 이용대 정책위의장 후보도 ‘개혁 공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았다.

당이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투쟁 회피와 비정규직 배신 행위 등에 침묵한 것도 노조 운동과 함께 동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게 했다. 당 지도부는 노조 지도자들의 눈치를 봤다.

2004년 서울대병원 파업 때도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의 배신에 침묵했고, 2005년 2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도 단상점거자들을 방어하지 않고 공격했다.

이제 ‘비판할 것은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김인식 정책위의장 후보와 김광수 최고위원 후보 정도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비판의 목소리는 별로 없다. 되려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자’거나 ‘노동부문 할당을 줄이자’는 엉뚱한 방향 제시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윤영상 정책위의장 후보는 “당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이며, 대중성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체성만 강조하는 편향”도 문제고 “정체성 문제를 피해가려고 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모순되고 모호한 주장이다.

김인식 후보처럼 ‘좌파적 노동자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대중투쟁을 통해 대중을 왼쪽으로 견인한다는 분명한 관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