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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을 선거 운동 지원 활동에서 배우다2

동대문을 선거 운동 지원 활동에서 배우다2

이종우

선거 한 달 전부터 동대문(을) 지구당 자원 활동을 하는 동안 선거 준비, 홍보물 제작, 유세 물품 제작, 후보수행, 전화홍보 등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선거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을 간추린 것이다.

10월 25일 재선거를 통해 기존 정치에 대한 대중적 환멸,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엄청난 반감,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대문(을)은 대부분이 ― 장안동 일부 유흥가와 답십리동 고급 주택 몇 채를 제외하면 ― 노동자 서민 거주지다. 한 사람이 지나다니기도 힘든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슬레이트 집, 낡디 낡은 연립주택, 허름한 상가가 즐비하다. 집에 화장실이 없어 집단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주택 밀집 지역도 꽤 넓다. 그 공용 화장실은 쭈그리고 앉으면 무릎과 엉덩이가 벽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좁다. 이러한 빈곤한 삶이 사람들의 불만의 배경이다. 주민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대중이로 바꿔도 아무 소용이 없다!”, “세금이 너무 많아 못 살겠다!”, “이빨이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에 못 간다!”, “언론도 가난한 사람들 편이 아니다!”…선거운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주민들의 반응이 바로 “투표하지 않겠다”였다. ‘선거’, ‘정치’라는 단어를 듣는 것 자체가 짜증스럽고 지긋지긋하다는 반응이었다.

재선거가 치러진 세 곳 모두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였던 구로(을)마저 등을 돌렸다.

동대문(을)의 경우, 작년 총선에서 3표차로 낙선했던 민주당 후보가 ― 갖은 입발린 지역 발전 공약에도 불구하고 ― 이번엔 3천7백14표의 큰 격차로 낙선했다.

이제 대다수 국민들은 김대중이 말한 개혁과 구조조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 개혁은 사이비요, 그 구조조정은 노동자 서민에 대한 고통 전가였다. 김대중 정부 자체가 부패 덩어리다.

민주당의 표 결집력이 약화되자,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어 승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20퍼센트대에 지나지 않는다. 반사이익이 항구적일 수는 없다. 이를 예감한 듯, 이회창은 선거 후 ‘자중하자’는 주문을 한나라당 내에서 하고 있다. 자중한다고 해서 이미 극에 달한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을 되돌릴 수는 없다.

더러운

여야 후보는 하나같이 부패했다.

민주당 후보 허인회는 초지일관 “뽑아주면 예산을 따와서 다 해주겠다”는 식의 공약을 남발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지난 3년 동안 세금을 23만 원밖에 내지 않았다. 한편 노동자 1인당 평균 소득세 부담액은 작년 한 해에만 60만 원대였다.

한나라당 후보 홍준표는 1996년 총선 때 금품 살포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던 자다. 터무니없게도 그는 자기 자신이 “DJ를 심판할 깨끗한 특별검사”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정부를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은 오로지 노동자 서민에게만 있다.

여야는 “출신 지역” 논쟁, “빨갱이·간첩” 선동,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이중대” 발언 등 근거 없는 중상모략만을 퍼뜨렸다. 심지어 홍준표 부인과 허인회 선거연락실 사무원이 싸움질을 하는 역겨운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그들은 선거 브로커들을 돈으로 사고, 지연과 학연을 이용해 떡을 돌렸다. 합법적인 행사를 가장해 선물 ― 화장지나 밀가루 등 ― 도 돌렸다. 이러한 불법 행위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기 위해 일회용 사진기를 휴대하고 다녔지만 대부분, 우리가 급습하기 전에 선물 배포는 끝났다. 급습해도 선거와 상관 없는 회사 행사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각 정당마다 2명씩 추천할 수 있는 “부정선거감시단” 민주노동당 파견자가 열심히 불법 선거를 감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거법은 불합리하고, 기성 정당들에게만 유리하다. 후보가 아니면 거리에서 방송 유세를 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 불법이다. 선거기탁금으로 1천5백만 원을 내야 한다. 만 20세 미만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 기간 중 정당의 집회와 시위는 불법이다.

선전 선동

기성 정당의 선거운동원은 일당을 지급받았고, 천편일률적으로 인사만 하고 다녔다. 민주노동당 선거운동원들은 모두 무료로 자원 활동을 했다. 지하철역이든 골목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장하고 설득하고 토론했다.

우리는 “부자에겐 더 많은 세금을, 서민에겐 복지 확대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을 죽이는 데 5억 달러를 지원하지 말고 복지 예산으로 돌리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반복하면서, 더 설득적인 내용과 단어(어조)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개발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기성 정당들에 비해 단연 돋보였다. 장화식 후보는 민주노총 후보임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과 세계〉를 통해 공식적으로 장화식 후보를 지지했다. 단병호 위원장 석방 촉구 집회도 선거구에 위치한 시립대 앞에서 벌였다.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보복전쟁에 반대하는 특보를 발행해 김대중 정부 4년간의 반노동자적인 정책과 실정, 빈부격차를 폭로했다. 노동자 서민이 나서면 썩은 정치를 갈아엎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동유세장에서 장화식 후보의 연설에, 민주당·한나라당이 조직해 온 주민들조차 박수를 보냈다.

민주노동당이 재선거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돋보이는 정치적 주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년 총선 때는 청년진보당이 진보정당으로는 유일하게 동대문(을)에 출마해서 1천5백여 표(1.9퍼센트)를 얻었다. 이번에 민주노동당 장화식 후보는 1천8백50표(2.9퍼센트)를 획득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총득표율은 4.7퍼센트인데, 이는 작년 청년진보당 득표율의 거의 2.5배다.

다함께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노동자,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 서울시지부 상근자, 동대문 중랑 지부 당원, 학생위원회 준비를 위한 모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다함께도 하루 평균 10명 이상이 선거운동에 참여했고, 합동·정당 연설회 때는 40여 명이 참여했다. 그 중 5명은 선거 전부터 상근 자원 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규율 있게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항상 선거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것이 다른 당원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선거 기간에 만난 적극적이고 진지한 당원 및 단체와 앞으로 연관을 맺게 될 때, 이 신뢰감은 정말 유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 활동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 가장 큰 성과다. 대중 운동에 대한 자신감, 누구를 만나도 주저 없이 우리의 주장을 간단명료하게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 우리가 선거를 준비해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러한 자신감은 반전 운동을 더 광범하게 건설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데서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