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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차별 부추기며 조건 개선 외면하는 르노코리아

얼마 전 르노코리아자동차(구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배우자의 유산 혹은 사산 시 조합원에게 위로휴가 5일 부여를 요구하자, 사측 교섭위원이 “낙태 또는 [휴가를 받기 위한] 고의적인 유산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런 여성 차별적 발언은 사측이 평소에 여성과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동안에도 사측은 여성 조합원의 유산·사산에 대한 위로휴가에서 낙태를 제외시켜 왔다. 낙태를 제한하는 모자보건법이 그 근거가 됐다. 이런 조처는 노동자들이 낙태를 숨기거나 낙태가 아닌 유산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의 임신과 유산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어도 그렇다. 노동자들이 고작 휴가 5일을 위해 배우자의 임신 중단을 악용할 것이란 말인가?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지회가 낙태권을 옹호하기 위해 낸 유인물

게다가 낙태는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이지, 반인륜적 행위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여성과 남성들의 투쟁으로 낙태죄가 폐지됐다. 한국에서도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는 낙태죄 폐지를 촉구해 온 여성운동과 점차 성장해 온 낙태죄 폐지 여론 덕분이었다.

물론 헌재의 판결에는 한계가 있고, 헌법 불합치 판결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모자보건법 개정 등의 낙태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사측은 이런 현실을 이용해서 차별적 조처를 유지하고, 낙태가 문제라는 따위의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르노코리아노조의 대처에도 아쉬움이 있다. 노조는 옳게도 사측의 발언을 폭로하고 이에 항의했다.

그러나 노조는 “낙태가 불법인 국가에서 사측 교섭위원이 조합원들을 생명을 저버리는 반인륜적인 인간이자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했다고 항의했다. 낙태가 범죄라는 사측의 차별적 생각에 타협한 것이다.

낙태권을 방어하자

한국 지배계급은 낮은 출생률로 인한 미래 노동력 공급을 걱정하며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려 한다.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여성 정책도 저출산 해결에 맞춰져 있다.

반대로 1960년대에 박정희 정부는 인구가 많으면 경제 성장률을 낮춘다며 여성들에게 피임과 낙태를 권장하는 산아 제한 정책을 펼쳤다. 오래전부터 국가는 출산을 통제하기 위해서 여성의 몸에 간섭하는 차별적 조처를 취했다.

르노코리아 사측도 이런 여성 차별에 기대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려 한다.

낙태를 불법화하고 문제시한다면 오히려 여성들의 건강과 생명,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낙태로 목숨을 잃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던 사례들은 대부분 불법 낙태로 잘못된 시술을 받거나 위험한 자가 낙태를 시도한 경우였다. 낙태가 음성화되면 그 비용은 치솟을 것이고 평범한 여성들은 정확한 정보와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현실은 여성 노동자들의 배우자이자 연인인 남성 노동자들에게도 고통이다.

반면 부유한 여성들이야 재력을 동원해 비싼 병동을 이용하고 주치의를 통해 낙태할 수 있을 것이다. 임신 중단 와중에도 느껴야 하는 노동의 부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노동계급의 문제이기도 하다.

르노코리아에는 남성 노동자들이 압도 다수이지만, 최근 여성 계약직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방어해야 단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행히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자동차지회는 사측을 규탄하고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 남성 노동자들이 사측의 여성 차별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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