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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는 어디로?

12월 18일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당선한 에보 모랄레스가 최근 해외순방에 나섰다. 분명 모랄레스의 소탈한 복장과 급진적 발언은 보통의 부르주아 정치인들과는 다른 ‘좌파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줬다.

반면, 유럽의 자본들은 이것을 모랄레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했다. 스페인 외무부 장관인 하비에르 솔라나는 모랄레스의 석유자원 국유화 공약을 문제 삼으며 볼리비아가 “법적 확실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스페인의 석유기업 렙솔은 볼리비아 의회의 비준 없이 사실상 불법적으로 볼리비아의 자원을 채취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불행히도 모랄레스는 이런 위선에 정면으로 항의하지 않았다. 그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선 BBC의 평가에 귀기울일 만하다.

BBC의 라틴아메리카 분석가인 제임스 페인터는 모랄레스가 미국에 대한 전통적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그것을 위한 방법은 다른 선진 자본주의 나라, 특히 유럽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모랄레스는 석유 기업들을 접수하거나 쫓아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거래 조건을 바꿔 볼리비아 정부가 더 많은 재원을 얻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랄레스는 스페인에서 사파테로 총리와 잠시 불편한 모양을 취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시라크에게 아부했다.

자크 시라크와 절친한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유감이다. 시라크의 우파 정부는 11월 대규모 소요 이후 포퓰리즘 행보를 걷고 있다. 모랄레스는 시라크의 이런 수작에 맞장구쳤다.

가장 중요한 방문지는 마지막 방문지인 브라질일 것이다. 볼리비아의 부유한 동부 지역(산타 크루스 포함)은 브라질 경제와 거의 통합돼 있는 상태다.

산타 크루스의 우파 부르주아들은 브라질의 좌파 대통령 룰라가 모랄레스에게 압력을 가하기를 바랄 것이고, 룰라는 그럴 것이다. 브라질 최대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볼리비아 자회사가 국유화되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모랄레스는 순방을 떠나기 전 산타 크루스의 부르주아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타 크루스 분리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모랄레스의 ‘국유화’는 운동이 요구한 국유화와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 그는 스페인 방문 중 유럽 자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볼리비아의 천연자원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국유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을 정복하거나, 몰수하거나, 내쫓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고 말했다.

볼리비아의 한 석유 산업 전문가는 모랄레스가 말하는 국유화란 국가가 석유 산업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석유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랄레스 정부가 수입국과 석유 수출 가격을 직접 협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예측일 뿐이다. 미래는 모랄레스가 귀국 후 직면할 볼리비아의 치열한 계급투쟁 수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