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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이정구

아프가니스탄과 더불어 중동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테러와 보복 공격을 번갈아가며 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월 초 서예루살렘의 벤 예후다 쇼핑 센터와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에서 자살 테러가 발생하자 아리엘 샤론은 이것을 빌미 삼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가 요르단강 서안의 예닌과 베들레헴을 공격했고, 탱크와 장갑차를 몰고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에까지 밀고 들어갔다.

아파치 헬기와 F-16 전투기가 팔레스타인인 민간 거주지를 폭격해 어린이나 임산부들을 죽였다. 또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건물을 폐허로 만들고 탱크로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을 짓밟았다. 아리엘 샤론이 자살 테러범을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다. 아리엘 샤론 자신이 전범이자 테러범이다. 그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2천여 명을 학살했다. 자살 테러가 벌어지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하마스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 조직의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스라엘 보안 경찰이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 마흐무드 아부 하누드를 포함해 50여 명의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지도자들을 살해했다.

이번 자살 테러는 아리엘 샤론의 암살 정책에 대한 팔레스타인인측의 보복 공격이었다. 26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친 자살 테러는 물론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는 지난 53년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의 억압이 초래한 결과다. 지난해 9월 새로운 인티파다(봉기) 이래로 샤론은 9백여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했다. 같은 기간에 이스라엘인은 2백50여 명이 죽었다.

테러와의 전쟁

아리엘 샤론과 그를 지지하는 전 세계 기성 언론들은 야세르 아라파트와 팔레스타인인 테러범을 비난하고 있다. 조지 W 부시는 “무고한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한 자들을 색출, 처벌하기 위해 아라파트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며 아라파트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 자체가 테러 행위로 얼룩져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평화롭게 살던 아랍인들을 테러와 인종청소를 통해 쫓아내고 세워진 나라다. 이 과정에서 7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에서 쫓겨나 서안과 가자 그리고 동예루살렘으로 몰려 들었다. 1967년에 이스라엘은 이 지역까지 공격해 점령했다. 1993년 평화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그 지역의 일부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넘겨 줬지만 여전히 군사적·경제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격화된 중동 민중의 반감과 분노 때문에 아리엘 샤론을 단속하는 척했다. 그 동안 아리엘 샤론의 테러 행위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미국은 지금 샤론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부시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군사적 보복 자제를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중동의 석유를 지켜 주는 대가로 해마다 40억 달러를 이스라엘에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돈으로 서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뿐 아니라 모든 아랍 국가들과 대적할 만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핵심축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에 근거해 이스라엘을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유대인들의 로비” 덕분에 미국이 이스라엘을 후원한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

하마스

평화 협상은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유나 해방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평화협상 결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서안의 17퍼센트와 가자지구의 60퍼센트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대는 점령지의 이스라엘 정착민 40만 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팔레스타인인 거주 지역을 둘러싸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작업장에 오갈 때마다 이스라엘 군대의 검문을 받아야 한다.

평화 협상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전혀 개선시키지 못했음에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이나 미국과의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반대파를 단속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스라엘에 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과격파 조직원 1백20여 명을 체포했다.

하마스 같은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아라파트의 정책에 도전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새로운 인티파다가 시작되기 전에 하마스의 지지율은 10퍼센트였는데 지금은 60퍼센트에 이른다. 반면 작년 9월 이후 아라파트에 대한 지지율은 65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아리엘 샤론이 동예루살렘의 알 악사 모스크를 방문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을 격분시켜 새로운 인티파다가 시작됐다. 하지만 인티파다는 자신들의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에 대한 반대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잔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인티파다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1987년의 첫번째 인티파다 때문에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몇몇 사람들의 테러가 아니라 대중의 저항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미국과 중동의 석유 경비견 이스라엘의 억압을 끝장낼 수 있는 길은 팔레스타인인들을 포함한 아랍 대중의 저항 운동이다. 미국은 바로 이런 대중 운동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랍의 부패한 정권과 왕족 들을 후원해 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의 전쟁을 끝장내는 길은 중동에서 미국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민주적이고 세속적 정권을 세워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이 방안은 카이로와 베이루트 등 아랍 지역 노동자·민중의 새로운 인티파다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