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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시사/이슈 톡톡:
가상화폐, 금융 투기, 김남국
각광받던 코인, 왜 사기 난무하는 투기판 됐나?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 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시사/이슈 톡톡]은 다양한 시사/이슈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팩트부터 배경, 운동 내 논쟁점까지 좌파적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민주당 소속이던 김남국 의원이 가상화폐, 일명 코인 시장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굴리며 투기를 해 온 일이 드러나 공분이 일고 있죠. 이를 계기로 가상화폐 시장이 개미 투자자 울리는 거대한 투기판이라는 사실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가상화폐는 2~3년 전만 해도 대안 화폐이자 새로운 투자 시장으로 각광받았는데요. 최근에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 큰손들의 사기, 강남 납치·살해 등 각종 어두운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가상화폐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왜 별 규제도 없었던 걸까요? 오늘 [시사/이슈 톡톡]에서는 가상화폐와 금융 투기 그리고 김남국 논란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자 연대〉 신문의 강동훈 기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기가 뜨거운 논란인데, 어떤 내용인가요?

김남국 의원이 10억 원 가까운 돈을 수년간 여러 코인에 투자해, 지난해 초에는 60억~100억 원에 달하는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된 사건입니다.

한 코인 전문가는 이 정도 큰돈을 이렇게 여러 종류의 코인에 투자할 정도면, 국회의원 할 시간이 없었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상임위 회의 도중에도 코인 거래를 하다 들통이 났죠.

또 김 의원은 공직자 재산 등록에 코인은 빼고 신고했고, 코인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혜택을 입는 법안 제정에 나선 것이죠.

이런 일들은 설사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법의 허점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 것으로, 여느 특권층 정치인들과 조금치도 다를 바 없는 행태입니다.

심지어 김 의원의 위법 행위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발행된 지 얼마 안 돼 어지간한 코인 투자자도 알지 못한 이른바 ‘잡코인’에 거금을 투자했는데요. 그래서 발행 업체로부터 고급 정보를 얻었거나 발행 업체와 연계해 시세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김 의원이 주로 거래한 코인들이 게임업체들이 발행한 것이라는 점도 의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게임업체들은 게임과 코인을 연계한 사업을 확대하려고,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 로비를 해 왔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항변하고 있는데요. 서민층 사람들이 김 의원의 투기에 배신감을 느끼는 건 위법 여부를 떠나 서민을 대표한다는 민주당 진보파 정치인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돈으로 서민 등쳐먹는 코인 투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코인의 원리나 용어가 생소한데요, 가상화폐란 무엇이고 어떻게 등장한 건가요?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화폐를 표방하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비트코인은 국정 화폐와 달리 중앙은행 같은 발행 기관이 없습니다. 비트코인은 이른바 ‘채굴’을 통해 발행되는데요.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매우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면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돼 있어 조작하기가 쉽지 않고, 별도의 암호화 체계가 있어 온라인 송금을 할 때 기존 은행들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을 내세웠습니다. 요컨대 중앙은행의 통제 없이 발행되고, 기존 은행들과 관계없이 관리될 수 있는 화폐를 표방한 것입니다. 그래서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들은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으로 불렸습니다.

비트코인의 인기와 함께 ‘탈집중화된 화폐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공상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09년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 있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싼 이자로 화폐를 대거 공급해서 생긴 부동산 버블 때문에 촉발됐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며 온갖 금융 규제를 풀어 줘 문제를 키웠는데, 여기서 큰 득을 본 것은 부유층이었습니다.

그러자 국가가 관리하는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쯤 비트코인부터 시작해 코인 열풍이 불었는데요. 미디어에서는 코인 투자 하나쯤 안 하면 뒤처지는 것처럼 묘사할 정도였죠. 코인이 왜 그토록 인기를 끈 것인가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비트코인은 금융 기관들과 부유층에게만 유리한 기존 국정 화폐와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코인 열풍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조장한 자산 시장 거품의 일부였습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에 발행이 시작됐지만, 한동안 몇몇 사람들만 채굴하고 사용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10달러, 100달러 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에 2만 달러까지 치솟으며 코인 투기 광풍이 불었고, 여러 코인들이 우후죽순처럼 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2017년부터 주식과 부동산을 비롯한 온갖 자산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침체를 겪던 세계경제가 당시 미약하나마 회복되고 있었는데요.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려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풀어 놓은 돈이 이때 자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거품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거품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주춤했는데요. 그러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돈을 더 풀고, 세계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자산 거품은 더욱 커졌습니다.

바로 이 즈음 코인 투기 광풍도 불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더 많은 사람들이 코인 투기판에 뛰어들면서 코인 가격이 더욱 치솟았죠.

특히 코인 시장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소액 투자로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20~30대가 많이 뛰어들었습니다. 평범한 청년이 저축으로 돈을 모아 집을 사려면 수십 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코인 투기는 마지막 활로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테라 폭락과 코인 개발자의 도주, 좌절한 피해자들의 자살 등 일련의 사건들이 충격을 줬는데요. 코인 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어떤 피해를 봤고, 누가 이득을 봤나요?

코인 투기로 서민층이 정확히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대략적인 추산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19조 4000억 원으로, 2021년 말과 비교해 무려 35조 원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가상자산 가치가 폭락한 것을 보면, 600만 명이 넘는 코인 투자자 중 상당수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온갖 사기 행각도 횡행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4조 7000억 원에 이르는데, 실제 사기 피해액은 훨씬 클 것입니다.

그럼 누가 코인 시장에서 돈을 벌었을까요? 바로 코인 발행 업체들과 코인 발행 초기에 큰돈을 투자해 가격을 띄운 큰손들입니다.

예를 들어, 김남국 의원이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위믹스’ 코인을 살펴보죠. 위믹스 코인은 위메이드라는 게임업체가 발행한 것인데, 게임과 연계한 코인이라는 명목으로 발행 초기에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위메이드는 위믹스 코인 약 1억 개를 사전 예고도 없이 매각해 22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냈습니다. 반면 이 매각으로 위믹스 코인 가격이 떨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봤습니다.

또, 루나 코인 폭락으로 세계적으로 51조 원이 증발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습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초기에 거금을 투자해 루나 코인 가격을 띄운 헤지펀드 ‘판테라 캐피털’은 보유한 루나 코인을 서서히 팔아 치워 투자금의 10배 수준인 1억 7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이처럼 코인 시장은 큰손들이 가격을 띄우며 서민층을 끌어들인 후 코인을 매각해 시세 차익을 얻고 손을 털고 나가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코인은 기존 금융 투자와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나요? 왜 코인 시장은 사기가 난무하는 곳이 되었나요?

물론 투기와 사기가 코인 시장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최근 터진 주가 조작 사건이나 갭투자를 이용한 전세 사기 사건 등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도 온갖 형태의 사기가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특히, 자산 가치가 급등하며 거품이 끼는 시기에 이런 사기가 흔히 벌어지고, 거품이 꺼질 무렵 사기 행각들이 대거 드러나곤 합니다.

코인 사기 수법도 시세 조종과 불법 상장, 다단계 사기 등으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금융가에서 쓰이던 사기 수법들이 변형돼서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코인 시장에서 투기와 사기 행각이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건 사실인데, 코인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오로지 시세 차익뿐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윤에 근거하고, 채권은 이자 지불에 대한 청구권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반면 코인은 이런 자산들과 달라서 “내재 가치가 없는 자산”입니다. 코인의 값어치는 나중에 다른 사람이 쳐 줄 값어치일 따름입니다.

코인 발행업체들은 온갖 미사여구로 사업설명서를 꾸며 자기들 코인이 광범하게 유통될 수 있고 가격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그 코인을 비싸게 사 주지 않는 한 코인 구입으로 이득을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서 살펴본 것처럼, 코인 발행업체와 초기에 큰돈을 투자해 가격을 띄운 큰손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코인의 위험성은 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 코인 투기 광풍이 거듭되면서 경고 목소리가 커져 왔습니다.

코인 투기 광풍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만큼 정부의 규제가 필요했을 텐데요. 왜 실질적인 규제가 없었던 건가요?

2017년에 코인 투기 광풍이 일자, 당시 문재인 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가 목표”라고 말했고, 2021년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실질적인 규제에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코인 시장 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당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4차 산업혁명 투자자들을 범죄자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외에도 민주당 노웅래, 박영선, 김상조, 박용진 등과 국민의힘 유승민, 장제원, 홍준표, 원희룡, 김혜은, 안철수 등도 코인 규제를 비판했습니다.

주류 양당 정치인 상당수가 코인 규제에 반대한 것은 ‘코인 투자 시장’이라는 신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은 양당의 대선 공약으로도 이어졌는데요. 이재명과 윤석열 공약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가상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켜 사업 기회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주류 양당이 투기 우려와 코인 시장 육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제대로 된 규제를 내놓지 못하는 사이에 서민들이 투기판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김남국 의원과 그 지지자들은 김 의원이 투기가 아니라 합법적 투자를 했을 뿐이라며 정당하다고 하는데요. 그런가요?

많은 사람들이 투자와 투기를 구분해서 얘기하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차이는 매우 모호합니다. 투자든 투기든 대부분 시세 차익을 노리고 하는 것이죠.

투자와 투기를 굳이 구분하자면,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태세가 돼 있느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투기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죠. 코인 투자는 리스크가 크니까 명백한 금융 투기입니다. 게다가 코인은 내재 가치가 없는 자산이어서 투기적 성격이 특히 강합니다.

누구나 한탕을 기대하고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데, 김남국 의원이라고 하지 말란 법 있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김 의원 자신도 위법 행위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그러나 열심히 일해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어 좌절한 서민들이 푼돈 모아 코인을 사고 대박을 노리는 것과, 진보를 자처하며 국회의원에 당선해 놓고 거액의 돈을 굴리며 재산 증식에나 힘쓴 일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코인 시장을 규제해 서민 피해를 막는 데 힘써도 모자랄 판에 서민들의 푼돈마저 앗아가는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이죠. 김 의원이 청년과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했었기 때문에 그 위선에 서민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김남국 사태는 검찰 작품이고, 김남국 비판은 윤석열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주장하는데요. 김남국 논란,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까요?

김 의원 코인 투기가 드러난 것이 검찰의 작품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사법 쟁점이 아니라, 계급 문제이자 계급 윤리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진보파를 자처한 정치인이 서민 울리는 투기 행위를 벌인 것이 비판받지 않는다면 정치와 운동에서 원칙, 대의명분, 도덕의 문제가 점점 더 중요하지 않게 다뤄질 것입니다.

그러면 보수 세력과 닮아가는 ‘진보파 정치인’들에 대한 서민층의 환멸이 커질 것입니다. 우파들은 이를 이용하려 할 테고요. 요컨대 김남국을 두둔하는 것은 우파에 맞서는 것이기는커녕 우파에게 득이 될 뿐입니다.

코인은 정부가 통제하는 기존 화폐의 대안을 표방하며 각광받았는데요. 대안 화폐 신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여러 차례 코인 투기 광풍과 가격 급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이 코인이 기존 화폐의 대안이 될 거라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화폐 제도를 바꿔서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사상에 대해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미 마르크스 시대에도 이런 사상이 유행했는데요. 마르크스는 이를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자본주의는 ‘일반화된 상품 생산 체제’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화폐 경제가 될 수밖에 없고, 자본주의를 폐지하지 않으면 화폐의 악폐를 결코 없앨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핵심인 상품 교환이 매끄럽게 되려면 화폐가 안정적으로 가치척도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자본주의 국가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확립기에 금본위제가 확립되는 데에도 자본주의 국가가 큰 구실을 했습니다.

흔히들 금본위제에서 화폐 가치가 시장에 내맡겨진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에도 중앙은행들은 통화량을 조절하며 화폐 가치를 안정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구사했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기술로 화폐 제도를 개혁하면, 자본주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몽상일 뿐입니다.

금융은 흔히 투기판이 되고, 그 여파가 경제 전체에 미쳐 큰 혼란을 가져오곤 합니다. 왜 이런 투기판이 벌어지는 것인가요?

사람들은 흔히 금융을 기생적이라고 여기는데요. 그런 면이 있지만 단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에서 금융은 실물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자본 축적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금융은 돈은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자본가와, 투자처는 있는데 당장 돈이 없는 자본가들을 이어 주는 구실을 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자나 배당금, 수수료 등을 챙깁니다.

그래서 금융 부문의 이윤은 실물 경제의 이윤에 달려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생산에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이자와 수수료 등을 취득하다 보니 금융 소득의 원천을 잊곤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금융 시장은 흔히 실물 부문의 이윤율 증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팽창해 투기판이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주식 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 구실보다는 기존 주식의 가치를 둘러싼 투기 시장 구실을 합니다. 은행들도 이윤을 충분히 낼 만한 기업에 대출해 줄 곳이 없으면 더 위험한 대출 상품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래서 실물 부문의 이윤율이 정체하거나 심지어 떨어지는 시기에도 금융은 더 팽창할 수 있습니다. 금융 투기에서 나오는 수익이 실물경제 투자보다 훨씬 나아 보이기 때문에 돈이 자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고 투기 거품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기에 온갖 금융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 투기가 세계 곳곳으로 확대되고 그 규모도 매우 커졌습니다.

자본가들은 투기를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기업의 이윤 보호를 위해 각국 정부는 앞다퉈 규제 철폐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서민 보호와 금융 규제를 약속했던 개혁주의 정당들도 집권 후에는 자본가들의 압력에 굴복해서 금융 규제 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금융 자본을 통제하면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럴 수 있을까요?

금융위기가 터지면, 각국 정부는 부랴부랴 금융 규제 강화 정책을 내놓곤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못 갑니다. 자본가들이 투기를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죠.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됐던 규제들은 얼마 못 가 자본가들의 요구로 완화됐습니다. 최근에 터진 미국의 은행 위기를 통해 이런 사실이 드러났죠.

경제 체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금융 투기와 사기의 만연은 단지 금융부문만의 문제이거나 규제 부족 탓만은 아닙니다. 기업주들은 이윤을 좇아 어디든지 달려드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계획적 경쟁이 금융 투기를 유발해 서민층을 유혹하고 결국 고통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서민 생활의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는 금융 규제 완화에 당연히 반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불안정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대중의 삶을 고통으로 빠뜨리는 이윤 시스템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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