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ㆍ대만 양안관계 긴장 고조 - 미래의 위험을 보여 준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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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천수이볜이 국가통일위원회(국통회) 운용과 국가통일 강령 적용 중지를 선언하자, 국민당은 천수이볜 탄핵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3월 10일에 최소한 10만 명이 참가하는 반천수이볜 시위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민진당은 그것에 대응하는 대규모 시위를 3월 18일에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지적했듯이 이번 첸수이볜의 움직임은 당장 양안관계의 세력균형을 바꾸려는 시도는 아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지도가 바닥(24퍼센트)인 천수이볜의 민진당 재집권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대만 독립과 재집권을 하나로 묶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최근 대만 국책연구원(INPR)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 상태를 옹호한 사람이 66.9퍼센트인 반면, 비해 중국과의 통일이나 독립을 원한 사람은 각각 12.0퍼센트와 17.7퍼센트에 불과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때문에 천수이볜은 대만 민족주의를 이용해 지지율을 회복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만 민족주의에 대한 호소가 미래에도 정치적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먼저, 단지 민진당뿐 아니라 통일 지지 정당으로 알려진 국민당도 때때로 대만 민족주의에 호소한다. 사실, 최초로 독립을 옹호한 총통은 국민당의 리덩후이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만 자본가들 내 분열이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자본가들은 대부분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선호한다. 그러나 그 중에는 대만 국내 시장에서 값싼 중국 수입품(그 중 일부는 중국에 진출한 대만 자본가들이 생산한 것이다)과 경쟁해야 하는 일부 자본가 분파들이 있다.
그들은 국내 시장이 점점 침체하는 상황에서 대만 국가가 중국 상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
천수이볜과 국민당이 국통회를 둘러싸고 정치 투쟁을 벌이던 와중인 3월 2일에 타이베이에서는 약 1천여 명의 타월 생산업체 사장들과 노동자들이 “천수이볜 정권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적극적으로 규제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것은 지난 1월 초 천수이볜이 국통회 폐지와 함께 내놓은 일련의 양안 통합 견제 정책 중 하나를 그대로 구호로 옮긴 것이다.
천수이볜 정책의 목적 중 하나는 대만 민족주의를 자극해서 얻은 대중적 압력을 이용해 갈수록 대륙 경제로 통합되는 대만 경제에 대한 대만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들은 양안의 경제적 통합을 실질적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지금은 그럴 의사도 없다. 다만, 최소한 대만 자본가들이 중국 경제로 진출할 때 반드시 대만 국가와 밀접히 상의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대만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정부와 몇몇 거물 자본가들 사이의 관계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천수이볜 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더 심화시켰다.
하지만 만약 미래에 대륙 경제의 흡인력이 지속되고 대만의 경제 불황이 본격화된다면 대륙과의 경제적 통합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커질 수 있다.
이 때 어떤 자본가들이 이번 타월 시위처럼 경제 불황에 피해를 입은 피착취자들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면 대만 민족주의자들이 가장 커다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 양안에서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양안 관계는 결국 중국과 미국 제국주의 간의 경쟁이 어떤 국면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만, 그런 경제 위기가 대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고,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이 격화된 상황 하에서라면 분명 매우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최근 노무현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사태 전개는 남한의 노동자와 피억압자들에게도 끔찍한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만 노동자들이 지배자들로부터 정치적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불행히도 대만 좌파와 대중 운동 지도자들은 그러한 독립적 정치를 유지하는 데 실패해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은 소수이지만 부르주아 정당으로부터 독립된 노동자 정당의 건설을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급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시도가 성공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