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발표할 때 빨간색 짧은 치마를 입어야 한다”, “방금 발표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교태 넘쳐 좋았다”, “네 어머니도 유방이 크냐”, “취업하고 싶은데 못하는 심정은 성폭행 당하고 싶은데 못 당하는 늙은 여자의 심정” 등 노골적인 여성 차별·비하 발언들이 고려대학교 강의실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교수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들이 강의실에서 서슴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한나라당 전 사무총장 최연희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회 전반에서 거센 상황에서, 학교측이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아무 입장과 대응도 취하지 않아 학생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총장이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입학처를 점거한 학생들 징계 계획을 발표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건희 박사학위 수여 저지 시위 때처럼 학교는 이제껏 진보적 학생들에 대해서는 걸핏하면 징계로 위협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유독 침묵을 지키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빨리 잊혀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총장은 입학식 연설에서 ‘자유·정의·진리’라는 고대 정신을 강조했지만 정작 고대에서 여성들이 마음 놓고 수업을 들을 자유와 양성 평등이라는 정의와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진리는 찾아볼 수 없다.

학교측은 점거 학생들이 아니라 성희롱 발언 교수들을 징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