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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자 오태양 씨 인터뷰

양심적 병역 거부자 오태양 씨 인터뷰

오태양 씨(28세)는 ‘불살생과 생명 존중’의 종교적 신념과 평화·봉사의 인생관에 따른 양심적 결단으로 군입대를 거부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다. 그는 지난 12월 17일 논산행 기차에 몸을 싣는 대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뒤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 ‘아침을 여는 집’에서 민간대체봉사활동에 들어갔다. 군사 훈련 대신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오태양 씨를 찾아 갔다.

강철구 정리

Q. 군 입대를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A. 신병 훈련소에서 총을 들지 않아 항명죄로 구속돼 3년의 감옥 생활을 한다는 여호와 증인의 이야기는 내 존재를 뒤흔드는 충격이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상처와 고통이 자욱히 배어 나오는 눈물 어린 수기들을 읽어 내려가며, 제 가슴과 눈에서도 쉼없는 통한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오로지 ‘살인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다른 수감자들보다 훨씬 부당하고 가혹한 3년의 감옥 생활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물론, 출소 후에도 범죄자와 종교적 이단자라는 멍에를 지고 편견과 소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기구한 삶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아팠습니다.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습니다. 제 양심에 따라 병역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라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문제를 이 사회에 던지고 싶었습니다.

Q. 국방부는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과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게 된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합니다.

A. 국방부의 주장은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60만 현역 장병 중 20만 명 가량이 비전투병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매년 15만여 명의 군입대자 중 절반에 달하는 7만여 명 정도가 상근예비역,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비전투 분야에서 복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판 대체복무’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요구하는 민간대체복무제도 사이의 차이는 4주간의 군사 훈련을 받느냐 여부에 있습니다. 매년 6백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단지 4주간의 군사 훈련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범죄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저는 군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군사 훈련을 거부하는 소수자의 인권도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인권 중 어떤 것이 중요하느냐의 문제입니다. 21세기에는 개인의 인권이 더 많이 보장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다른 나라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 인정되고 있습니까?

A. 독일에서는 1945년에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 보장됐습니다. 이스라엘에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이 널리 인정되고 있죠.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도 2000년에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양심적 병역 거부권과 대체복무제 도입이 세계적 추세입니다. 대체복무제는 모병제로 가기 위한 중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많은 나라들이 모병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Q.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감옥행도 마다 않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이단에 대한 특혜 입법”이라며 대체봉사제도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은 “이단”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거죠. 지금 1천6백여 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추운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는데도, 종교계가 이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모든 종교는 전쟁과 살생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교계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험난한 길을 걸었던 1만여 명의 여호와 증인 신도들은 그 동안 말 못 할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신병 훈련소에서 구타당해 사망하거나 불구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감옥에서는 종교 활동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했습니다. “병역 기피자”와 “범죄자”라는 낙인은 평생을 따라다녔습니다. 취직도 힘들고, 심지어는 대학에 복학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부산 병무청 직원 15명 가량이 병역 거부자의 집에 들이닥쳐 강제로 입대시키려고 했습니다. 강제 입대는 불법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박해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광신도”, “종교적 이단”, “병역 거부자”라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입니다. 종교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진보 진영 내에서조차 여호와 증인 신도들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존재합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A. 작년 3월부터 연대모임이 있었습니다. 1월 24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연대회의 발족과 기자회견을 할 계획입니다. 현재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평화인권연대, 종교 NGO 네트워크 등 인권·평화·시민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중적 서명 운동이나 토론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군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A. 이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저는 전쟁과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중합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자발적 동의에 따른 선택으로 군대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의적 동기로 군복무를 마치기 때문에 불평과 불만이 크죠. 이런 불만이 군가산제에 대한 지지로 엉뚱하게 표출되기도 합니다. 일부 예비역들은 저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군사 문화의 피해자들입니다. 피해자들끼리 서로 싸우면 안 되죠.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면서 획일적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와 군사 문화를 고쳐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군대 갈 사람들은 군대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인간은 자기 신념대로 살 때 행복합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인 여호와 증인 신자들은 자기 삶과 믿음에 대한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도 해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당장 인권을 유린당하는 분들에 대한 구제가 시급합니다. 양심에 따라 산다는 죄로 하루에 2∼3명씩 전과자가 되고 있습니다.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