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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낯선 식민지, 한미FTA》, 이해영 지음, 메이데이 출판사:
풍부한 사실, 위험한 정치

낯선 식민지, 한미FTA 는 풍부한 사실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이 책은 심각한 결점이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국가의 ‘주권’, 즉 국가가 ‘국민경제’에 대한 통제를 잃는 것이 한미FTA의 가장 커다란 문제라는 것이다.

이해영은 한미FTA 추진이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외압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LG·현대 등의 재벌이 동일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들이 한국 자본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한국의 초국적 자본, 한국 정부 내외의 친미파들이 사회 나머지의 이익을 거슬러 추진하는 것이 FTA라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경제’의 나머지가 FTA 반대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결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 3대 재벌을 뺀 재벌과 연대하자는 극단적 주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소‘자본가들을 포함한 연합을 구축하거나 그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축한다.

그러나 중소자본의 대다수는 한미FTA를 지지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연관돼 있을 뿐 아니라 FTA에 따른 구조조정의 효과에서 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MF 위기’가 터지자 살아남은 중소기업들은 경제 위기를 이용해 노동자를 쥐어짜서 수익을 늘릴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국민경제론’적 대안이 과연 타당한가다. 이해영은 ‘세계화·시장화가 국민국가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극단적 주장을 반복하면서 그것을 개탄한다. 이것은 반자본주의 운동 내에서 ‘주권주의’로 불리는 입장이다.

그러나, 첫째, 국가 자신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주체인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한미FTA에서 논의될 ‘개혁’들은 한국 정부가 오래 전부터 독자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들이다. 이해영 자신도 이 점을 반복해서 지적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시장의 ‘정상’ 작동은 국가의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째, 한미FTA 반대 운동의 궁극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운동의 당면 목표는 한미FTA 체결 저지이다. 그러나 이 운동이 발생하게 된 정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만든 세계적 불의를 고치려는 소망에 있다.

그러나 캘리니코스가 반자본주의 선언 에서 지적하듯이 “[세계적 불의 철폐가] 국가의 자율적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국가의 자율에 맡긴다면 사람들은 국민국가들이 지금까지 스스로 저지를 수 있었던 모든 불의는 말할 것도 없고, 각각의 역사와 지리적 조건에서 유래하는 수많은 우연에 쉽게 상처받도록 방치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미FTA 반대 투쟁과 관련해 국민국가 강화론은 잘못된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미FTA를 주로 주권의 문제로 접근하면, 결국 정부 활동에 의존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함의하게 된다. 다만, 그 국가가 좀더 ‘국민경제’를 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말이다.

이것은 국민경제를 위해 ‘협상을 제대로 하자’는 등의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미국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그 곳에 진출한 한국 자본에게는 득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해영은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한미FTA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정부 협상단에게 협상에서 양보해서는 안 되는 21개 사항을 조언했다. 그 중에는 “정부조달 관련 미국의 진입 장벽을 완화할 것”도 포함돼 있다.

이것은 미국의 국가 공공서비스를 해체할 수 있는 권리를 한국 기업이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순전히 한국 ‘국민경제’ 이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반신자유주의 원칙과는 어긋난다.

이것은 이 책이 전반적으로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대한 언급이 부족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은 대중 투쟁보다는 새로운 국제통상절차법의 제정을 통한 “국민적 동의의 형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해영 자신이 한미FTA 반대 운동에서 하고 있는 긍정적 구실을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의 정치는 투쟁을 고무하는 관점에 서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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