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다함께’ 주최 토론에서 안호국 당 기획조정실장은 이런 물음을 던졌다. 왜 열우당 이탈 표가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으로 갔을까?
이것은 민주노동당에게는 정확한 물음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열우당 지지자 중 한나라당으로 간 경우는 31퍼센트밖에 안 되는데, 대부분 종부세 등 한나라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경우는 단순히 투표에 기권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오른쪽으로 열우당을 이탈한 자들을 붙잡기 위해 애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 실장은 이런 물음에서 “정책 경쟁의 중요성”, “실현 가능한 정책과 수단 제시”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당의 정책들을 뒷받침할 세련된 논리적 근거를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적 근거 개발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해결책의 전부도 아니고 핵심도 아니다. 김종철 서울시장 후보도 선거 공약이 구체적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지를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정책선거추진본부한테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냉정하게 말해, 집권 가능성이 없는 당이 포지티브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유권자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정부와 기성 정당들의 실책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때로 “~이다”보다 “~이 아니다”가 훨씬 더 중요한 법이다.
게다가 기성 정당들은 종종 정책 선거를 자신들에 대한 비판 차단용으로 애용하기도 한다. 오세훈은 TV 토론에서 두 번이나 “정책 선거를 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판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 경쟁”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당 후보는 TV 토론 등을 통해 무상의료·무상교육 등을 훌륭하게 대중적으로 선전했지만,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배자들은 대중 투쟁으로 체제가 뒤흔들려 기득권을 통째로 잃어버릴 상황이라야 사회 개혁을 양보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대중 투쟁을 통해 사회의 이데올로기 지형이 좌경화해야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지지를 모아 집권할 수 있다. 2004년 총선에서 3~4석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던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선 탄핵 반대 운동 덕분이었다.
대중 투쟁 없이 “실현 가능한 정책과 수단”을 쌈박하게 제시하는 것만으로 대중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공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