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세계경제 전망: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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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경제위기를 보는 시각
작년은 미국의 신경제의 붕괴에서 시작하여 9·11 대미테러 후 세계경제의 급랭과 미국 엔론사의 파산,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진 세계경제 위기의 한 해였다. 그런데 작년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올해 들어 세계경제가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오늘 세계경제의 향방을 정확하게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글에서 필자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공황론에 의거하여 올해도 세계경제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할 것이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공황론은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경향 법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경향 법칙은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이윤을 창조하는 원천인 살아 있는 노동자에 비해 ‘죽은 노동’(기계, 원자재)의 비중이 증대하고 (이를 가리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고 한다), 그 결과 이윤율(이는 이윤량을 투하자본으로 나눈 값이다)이 저하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에 특유한 이윤율의 저하 경향이 투자를 감소시켜 공황이 초래된다고 보았다. 이윤율의 저하 경향 법칙은, 마르크스가 강조했듯이,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법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탈린주의가 지배했던 우리 나라에서 마르크스의 이 법칙은 오래 동안 좌파로부터 외면당해 왔다. 그러나 스탈린주의가 붕괴한 지 1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리고 세계경제 위기가 새천년의 현안으로 되고 있는 오늘, 마르크스의 이윤율 저하 법칙의 타당성이 재발견되고 있다. 그래서 1980년대에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주장했던 이들조차 오늘은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법칙의 현재적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윤소영, ?이윤율의 경제학과 신자유주의 비판?, 공감, 2001을 보라.) 사실 세계경제 위기를 독점자본의 과잉생산 경향으로 설명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공황론은 오늘 세계경제위기 설명에 무력하다. 오늘 세계경제 위기의 본질은 독점자본의 과잉 초과이윤이 아니라, 이윤의 부족, 즉 이윤율 저하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또 독점의 문제설정으로는 오늘 세계경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의 원천인 세계적 경쟁과 축적의 동학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또 오늘 세계경제 위기를 과잉생산 공황이라고 규정하는 것으로 설명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위기는 물론 과잉생산 공황이지만, 과잉생산은 공황의 원인이 아니라 공황의 현상 형태, 즉 이윤율 저하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서 과잉생산 공황은 설명되어야 할 현상이지, 과잉생산 혹은 과소소비가 공황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경향 법칙이 강조하는 ‘수익성의 문제’가 자본주의에서 결정적이라는 사실은, 세계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자본가들 자신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공공성’ 등 예전에 상투적으로 늘어놓던 미사여구를 내던지고 ‘가치 경영’, ‘수익 경영’의 기치를 노골적으로 내거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마르크스의 이윤율의 저하 법칙의 관점에 설 경우 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 위기는 1965∼1973년 이후 시작된 세계 자본주의의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 2002년 들어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호황을 재개할 것이라는 일부 예측은 근거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계경제를 구성하는 각국 경제의 전망을 종합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미국 경제의 전망을 중심으로 향후 세계경제 전망의 대강의 윤곽을 그려 볼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 경제 중심의 세계경제 전망이 방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까닭은 오늘날 세계경제가 미국이라는 패권적 제국주의 초강대국을 정점으로 하여 구성된 위계적 피라미드 구조이며(이 점에서 오늘날 세계경제에 중심이 없다는 네그리(A.Negri) 등의 ?제국?(이학사, 2001)에서의 주장은 옳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역동적 중심이 일본과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즉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세계경제의 아메리카화와 대미의존성을 크게 증대시켰고 그 결과 세계경제가 결정적으로 미국 경제의 동향에 의해 좌우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2년 세계경제 전망의 문제는 2001년 들어 시작된 미국 경제의 불황이 2002년에도 계속될지 여부의 문제, 즉 미국 경제의 불황이 심화되면서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일본 경제의 파산, 중국 경제의 성장 중단 등의 시나리오와 결합되어 1930년대와 같은 세계 대공황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 아니면 반대로 일부 경제 예측 기관의 주장처럼 2002년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불황의 바닥을 치고 IT 산업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신경제 호황을 재개하면서 세계경제 전체의 호황을 주도할 가능성 등의 문제로 집약될 수 있다.
2.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배경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늘 세계경제 위기는 1965∼73년 이후 시작된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1965∼1973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이윤율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장기호황 시기(‘황금시대’라고도 한다)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제2차세계대전 이후 1965∼1973년 시기까지 지속되었던 세계경제의 장기호황이 종식되었다. 1965∼1973년 이후 이윤율 저하는 네그리 등이 주장하듯이 노동자계급 투쟁이 초래한 임금상승=이윤압박(착취율 저하) 때문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가 야기한 결과이다.
그런데 1965∼1973년 이후 시작되었던 주요 선진국의 이윤율의 저하는 1980년대 접어 들면서 일단 중단되었다. 미국에서는 정확히 1982년 이후 이윤율이 저하를 멈추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는 주지하듯이 1980년대의 대서양 양안에서 레이건과 대처가 주도했던 신자유주의 반혁명의 효과였다. 즉 1980년대 들어 주요 선진국의 지배 계급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등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을 통해 경제위기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1970∼1995년 동안 미국에서는 노동자들의 시간당 실질임금이 절대적으로 저하하고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연장되는 등 착취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와 같은 노동자 착취 강화에 힘입어 미국의 이윤율은 1982년 이후 부분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이윤율 회복은, 브레너(R. Brenner)가 ?혼돈의 기원?(이후, 2001)에서 지적하듯이, 미국과 독일, 일본 사이의 불균등 발전, 특히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의 절상이 초래한 일본과 독일 제품의 가격 경쟁 약화 및 달러화 저평가에 따른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의 회복에도 힘입은 바가 크다. 1990년대 미국 경제의 회복은 일본과 유럽 경제의 침체를 조건으로 한 것이었다.
1980년대 이후, 특히 199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일부 논자들은 세계경제가 1965∼73년 이후의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기호황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른바 인터넷 혁명론, 신경제론 등의 유행에 편승하여 기세를 얻는듯 했지만, 2000년 이후 신경제 호황이 붕괴하면서 힘을 잃었다. 신경제론자들은 1990년대 미국 경제의 인플레 없는 고성장, 즉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의 동시달성을 근거로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배반관계를 골자로 하는 부르주아 거시경제학의 기본 명제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990년대 미국이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조금도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물가안정은 상당 부분 1997∼199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및 199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이들 나라에서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이루어진 대미 수출품의 가격 하락 덕분이었다. 그리고 4퍼센트의 낮은 실업률 운운하지만 클린턴 집권 시기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저임금 비정규직종이었다. 또 1990년대 후반 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불황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국은 다른 선진국과 제3세계에 불황과 실업의 고통을 전가함으로써만 자국의 호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세계경제는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갈수록 제로썸(zero-sum) 게임의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후 1965∼1973년에 이르는 장기호황 시기처럼 세계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나라들이 동시에 호황을 구가했던 ‘양합’(positive-sum) 게임은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먼 옛날의 추억으로 되어 버렸다.
3. 2000년 이후 미국의 신경제 호황의 붕괴
1982년 이후 시작되었던 미국의 이윤율 상승은 1997∼199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잇따른 러시아 및 브라질의 경제위기 이후 중단되었다. 그래서 1997년은 1982년 이후 상승했던 미국의 이윤율이 정점에 도달한 해로 기록된다. 1997년부터 미국의 이윤율은 다시 저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7년부터 이윤율이 다시 저하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관련 주들의 주가는 폭등했다. 또 1997∼199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세계의 유휴화폐자본의 미국 유입이 가속되었다. 1997∼2000년 미국의 신경제 호황은 이를 기초로 한 것이다. 1997년 이후 신경제 호황은 무엇보다 이윤율이 저하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제2차세계대전 후 1965∼1973년 시기의 장기호황과 구별된다. 1997년 이후 미국 경제의 호황은 높은 주가가 부추긴 ‘자산효과’(wealth effect) 그리고 민간부채의 증가에 기초한 소비지출 증대 및 전세계 유휴화폐자본의 미국으로의 집중에 기초한 성장이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거품 성장이었다. 따라서 실물경제의 이윤율 상승이 부재한 가운데 팽창한 거품의 붕괴와 그에 따른 성장의 중단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1982년 이후 상승의 정점이었던 1997년 미국의 이윤율 수준은 여전히 전후 장기호황 시기였던 1960년대 중반의 이윤율의 70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즉 미국의 이윤율은 1970년대 저하 이후 1980년대 들어 1997년에 이르기까지 약 15년 동안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황금시대’의 이윤율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미국 경제 및 세계경제가 1970년대 이후 시작된 구조적 위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또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 위기에 맞서 미국의 금융자본이 주도했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새로운 장기호황의 재개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사회적 축적구조를 수립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1997∼2000년 미국의 신경제 호황이 거품이 주도한 경제성장이었기 때문에 거품의 붕괴는 곧바로 성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미국 경제는 2001년부터 공식적으로는 두 사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의되는 불황(recession) 국면으로 돌입했다. 거품 붕괴의 결과 ‘역의 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가 초래한 소비지출 감소는 그나마 소비 수요에 의해 유지되던 성장을 중단시켰다. 9·11 대미 테러 이후 소비심리의 급랭은 이를 격화시켰다. 2001년 미국 경제는 결국 연초 많은 부르주아 경제예측기관의 ‘연착륙’ 희망을 깨고 ‘경착륙’하고 말았다. 2001년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함께 1998년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경제회복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것도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었다. 미국의 거품 호황에 기초한 미국의 소비 수요 증대 및 이에 수반한 미국의 수입 수요 증가가 1998년 세계경제 위기의 일시적 수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거품 붕괴는 미국의 소비 수요 감소 및 수입 수요의 감소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대미 수출 감소를 초래하여 이들 나라의 경제침체를 결과시켰다.
4. 2002년 세계경제 전망
2001년 들어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감지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고, 9·11 대미 테러 이후 소비심리가 급랭하면서 주가 폭락과 경기 침체가 격화되자 작년 한 해 동안 11차례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금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1.75%로 40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9·11 대미 테러 이후 급증한 군비지출은 경제의 총수요 수준을 증대시켰다. 또 미국의 자본은 9·11 대미 테러 이후 조성된 ‘공안정국’을 무차별적 해고 감행 등 노동자 공격에 활용했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예상외로 단기에 승리한 후 9·11 대미 테러 이후 위축된 소비지출도 다시 증대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계속된 IT산업의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인식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하여 2001년말부터 미국 주식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이는 2002년 들어서도 미약하나마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미국 주식시장의 최근의 반등을 보고 2000∼2001년의 주가 하락은 이제 끝났으며, 새로운 대세 상승이 이루어지면서 호황이 재개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주식시장의 반등은 실물경제의 이윤율 상승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2001년 중 11차례의 연방기금 금리 인하에 따른 통화량의 급증 (통화량의 한 지표인 M2는 2001년 중 10.5%나 증가하여 지난 30년 이래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 거품일 뿐이다. 2001년 부시 정부의 팽창적 통화정책 및 군사적 케인즈주의는 실물경제의 회복이 아니라 오히려 1997년 이후 팽창했던 금융 거품이 터지지 않고 유지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새로운 호황의 재개는 팽창적 통화정책이나 군사적 케인즈주의가 부추기는 소비 지출과 정부 지출의 증대가 아니라, 누적된 과잉자본의 가치 파괴를 통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저하 및 노동자 착취 강화에 기초한 이윤율의 상승이 가능하게 하는 투자의 증대를 필요로 하는데, 오늘 미국 경제에서 이와 같은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거품이 충분히 꺼졌다는 일부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1965∼73년 이후 시작된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 추세 및 1997년 이후 시작된 이윤율의 순환적 저하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2002년 1월 12일치)에 따르면 2001년 미국의 이윤율은 193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저하했음에도 불구하고, S & P 500의 주가수익비율(p/e ratio)은 무려 40으로 그 장기평균치 16의 두 배도 넘었다. 주가수익비율이 이렇게 높은 까닭은 이윤율은 저하하고 있는데 금리 인하와 같은 팽창적 통화정책 때문에 주가가 충분히 저하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다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미국 경제에는 아직도 꺼져야 할 거품이 엄청나게 남아 있다. 현재 누적되어 있는 미국의 가계 부채 및 기업 부채와 아직도 충분히 그 가치가 파괴되지 않은 IT산업의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은 불황 탈출과 호황의 재개에 필수적인 기업 투자와 소비 지출의 증대를 곤란하게 하고 있으며, 오히려 2001년과 비슷한, 혹은 더 심한 경제침체를 야기할 소지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부르주아 논자들이 희망하듯이 유로화 출범이 EU 경제를 부흥시키거나 또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미국 경제의 침체를 상쇄하여 세계경제 위기의 진행을 상쇄시키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유럽 경제의 부흥 또는 중국의 고도성장의 지속은 이들 나라 제조업의 수출 증대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데, 미국 시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유럽 및 중국 제조업의 수출이 증대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엔론 사의 파산, 미국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자본 유출,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일본 경제의 부도, 중국의 성장 중단과 같은 변수들이 터져 나오면서 미국 경제의 불황이 격화되어 세계대공황으로 확산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요컨대 2002년에도 미국의 거품 붕괴와 불황은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 위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965∼73년 이후 이윤율의 장기적 하강과 함께 시작되어 새천년 들어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는 1980년대 이후 미제국주의가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통한 공황 타개 전략의 전세계적 파산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