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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운동은 점령군 철군을 계속 요구해야 합니다"

전쟁저지연합과 세계사회포럼 조직자인 크리스 나인햄이 연설한 ‘세계 반전ㆍ반자본주의 운동의 전략’ 워크숍에는 5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아래는 이 날 연설을 요약한 것이다.

“우리는 결코 1999년 시애틀 시위 이후 등장한 운동의 성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조지 부시를 보십시오, 토니 블레어를 보십시오. 그들의 모습이 승리한 제국주의자들처럼 보입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때때로 신경쇠약 직전의 환자로 보입니다.

“또,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정부를 무너뜨린 대규모 대중 항쟁이 여섯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는 가장 멀리 나아간 사례이지만, 다른 곳에서도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다양한 운동이 나타났습니다. 며칠 전에 있은 한미FTA 반대 시위처럼 조직 노동자들이 이런 행동에 함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유럽 자본가들이 사유화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도였던 유럽헌법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운동들은] 신자유주의 일변도이던 이데올로기 지형을 변화시켰습니다.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이다’ 등의 구호가 유명해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수 있다는 믿음을 확산시켰습니다.”

“현재의 반전 운동은 역사상 존재한 제국주의 반대 운동 중 가장 거대한 시위를 조직했습니다. 반전 운동은 이미 많은 것을 성취했습니다. 반전 운동이 없었더라면 조지 부시는 이미 이란을 침공했을 것입니다. 이라크에서 더 많은 이라크인들이 죽었을 것입니다. 또, 부시와 블레어의 국내 위기도 없을 것입니다.”

성취

“하지만 동시에 운동 내의 논쟁과 문제 들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1999년 시애틀 직후 우리 운동 내에서는 모든 종류의 정치와 조직에 대한 불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에 대한 반감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1년 아르헨티나에서는 거대한 대중 투쟁이 일어났고, 좌파와 우파 모두 혁명 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다른 세계가 가능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습니다. 운동 안에 자율성과 지역성에 대한 강조와 모든 종류의 중앙집중적 조직과 행동을 거부하는 경향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아르헨티나를 “정상적 자본주의”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한 자[현 대통령 키르치네르]가 정치적 공백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운동의 일부를 흡수하고 다른 일부를 공격하면서 운동을 분열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 환경과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진공 상태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운동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개량주의 정치가 정치적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운동이 가장 강력하던 이탈리아에서도 주요 좌파 정당인 재건공산당[리폰다찌오네 코무니스타]은 최근 사회자유주의[제3의 길] 연립정부를 지지하라고 사람들에게 호소했습니다. 이런 예들은 반자본주의적 정치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 중요함을 증명하는 사례들입니다.

“브라질에서도 강력한 운동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사회자유주의 정당인 룰라의 당이 높은 득표를 기록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우리는 대안을 제시하는 구실을 해야 합니다. 역사상 정치인들이 선전하는 것과 보통 사람들이 믿는 것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 큰 적이 없었습니다.

“좌파의 구실은 단지 정치인을 폭로하고 운동을 건설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좌파는 사회에 존재하는 그런 엄청난 정치적 간극을 메우고 대중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정치 조직을 건설해야 합니다.

“주변의 수백 명하고만 접촉을 하던 버릇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수십만 명,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만 명의 대중과 연결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전쟁은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 활동가들은 신자유주의와 전쟁의 문제가 분리돼 있고, 각각의 운동을 따로 건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2003년 2월 15일[국제 반전 시위를] 건설하기 전에 반자본주의 운동 내에는 엄청난 논쟁이 있었습니다. 어떤 활동가들은 사회포럼이 전쟁 쟁점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제국주의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다루지 못한다면 우리 운동은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에서 실제로 9·11 이후 그랬습니다. 부시와 블레어는 전쟁 전후에 무슬림과 이주자 등을 마녀사냥하면서 사람들을 분열시키려 했습니다. 한편, 전쟁 때문에 부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것 일체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습니다.

“여기서 중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직후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카슈미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됐고, 한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지금 네오콘과 전쟁광들이 집중하고 있는 곳은 중동입니다.

중동

“지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연대를 보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가 중동에서 하고 있는 구실을 봐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테러와의 전쟁”이 만든 이슬람 혐오 정서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반전 운동은 계속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점령군의 철군을 주장해야 합니다. 또, 그곳은 부시와 그 지지자들의 급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이라크 점령이 군사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일 뿐 아니라, 정당성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부시와 블레어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이라크인들을 다른 이라크인들한테서 보호하기 위해 점령이 지속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만약 내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책임입니다.

“철군 논의는 단지 반전 운동 내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이제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도 그것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심지어 군인들과 군인 가족들의 의식도 바꾸고 있습니다. 영국의 이라크 사망 군인 어머니인 로즈 젠틀은 미국의 신디 시핸과 비슷한 존재입니다. 저는 얼마 전 그녀와 통화를 했는데 그녀가 저에게 ‘동지’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그럼 내가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하고 답했습니다.

“영국에서도 9월 24일에 반전 시위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노동당 전당대회장을 포위할 생각입니다. 그 날 참가자 규모가 충분히 크다면 블레어는 곧 사임을 발표할 것입니다.

“저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영감을 주었다는 점을 말했습니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정당을 조직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반자본주의 운동이 아직 완성하지 못한 과업을 끝내야 합니다. 즉, 사람들의 영감·전투성을 노동계급과 연결하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이윤보다 인간을’ 등의 반자본주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팻말)를 노동자들이 들고 있을 때 흥분됩니다.

“우리가 반자본주의 운동의 전투성을 노동계급과 연결할 수 있다면 진짜 ‘다른 세계가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