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하는가
〈노동자 연대〉 구독
그리고 경기도교육청에 학부모 민원이 들어갔는데, 이런 얘기는 빠지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지 않는다, 폭력적인 군대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 개량한복을 입고, 반지·목걸이를 한 것 등으로 민원이 접수된 거죠.
교육청에서 1차 조사가 내려왔고 문제를 삼을 수 없어서 마무리됐죠. 결국 학부모들이 〈조선일보〉에 제보했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에서 바로 2차 조사가 내려왔는데, 결국 8월 9일자로 정직 3개월 상태입니다.
저는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첫번째 시간은 학생들과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얘기하는데, 올해는 '차이는 차별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얘기했죠.
그 때 나온 얘기가 "나는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안 한다. 왜냐면 '국가를 위해, 민족을 위해'라는 허상의 구호 속에서 국가주의를 내면화시킨다", "우리가 군대를 당연시하게 되면, 그리고 군대에서 2~3년 지내고 나면 폭력이 내면화된다. 그런 군대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으로 나는 교사이고 여러분은 학생이라는 것 때문에 생긴 권위주의적 관계를 깨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내 생각이고 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평소 수업 때도 이라크 파병, 세종병원 문제, 성적 소수자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에 대해서 가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얘기가 편향된 가치관 교육이라며 민원이 들어간 것이죠.
저는 7년차 교사입니다. 교사 1, 2년차를 거치면서 기존에 제가 싫어하고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군대에서 많이 맞으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교사 생활을 하는 제가 학생들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차를 지나고 나서 절대 아이들을 때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더라구요. 학교 현장에 스며들어 있는 남녀차별, 나이주의, 장애인 차별 등이 보이면서 고민이 됐죠.
그렇다면 내 일상에 뿌리깊게 배어 있는 차별과 폭력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국기에 대한 맹세가 제 귀에 탁 들어왔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 도대체 조국과 민족은 무엇이며 왜 민중과 나의 삶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맹세는 전체주의를 보여 준 것이고 이것은 자본주의를 유지·확대·강화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단순히 국가주의 반대를 넘어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까지 도달하게 됐습니다.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내면화시킨 모든 이데올로기, 차별에 따른 폭력 등을 거부하는 일상의 실천을 자신부터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문제의 중심이 됐지만, 모든 사람들이 문제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는 데 제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