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 신자유주의가 부른 정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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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후 동유럽에서 전임 정부가 연임에 성공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지난 5월 헝가리 유권자들은 사회적 자유주의 연립정부(이하 연정)가 신자유주의 정책과 몇몇 사회정의적 요소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온건한 정책들을 지속하길 바라며 다시 현 정부에 투표했다.
2002년 첫 집권기가 시작될 무렵 연정은 교사·의사·간호사·지방공무원 등 국가 공무원들의 임금을 인상했다. 실질임금이 약 30퍼센트 인상됐다. 물론 재정적자와 부채가 급증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이자 상환 때문이었다.
이자 상환과 해외 자본유출이(〈노이에 취리허 차이퉁〉에 따르면) 헝가리 국제수지 적자의 85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선거 후 페렌츠 주르차니[총리]가 이끄는 사회적 자유주의 정부는 완전히 태도를 바꿔, 지나치게 후한 사회정책(총리는 이를 '사회적 낭만주의'라고 불렀다)의 중단, 긴축 조치의 도입, 세금 인상과 연금 축소, 철도 등 대중 교통 수단과 국가 보건 서비스의 사유화 추진, 수업료 도입, 민-관 협력(일종의 민자유치 사업) 방식의 일반화, 임금과 연금의 동결 등을 발표했다.
아마도 이 자체로는 폭력 사태는 물론 상당한 저항도 촉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르차니가 연정의 주요 파트너인 사회당 의원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한 연설 내용이 9월 초에 언론에 공개됐다. 이 연설에서 주르차니는 ― 욕설이 난무하는, 대단히 솔직하고 노골적인 어법으로 ― 전체 선거 강령을 포함해 자신이 선거 운동 기간에 말한 게 모두 철저한 거짓말이었고, 선거 기간에 내놓은 정책들 ― 현재 노골적으로 폐기처분되고 있다 ― 은 유권자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선언했다. 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사회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을 것이라고, 15명의 관료들만 알고 있는 그들의 진짜 강령에 투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사회당 지도부는 그들이 공표한 것과는 거의 완전히 상반되는 강령을 아주 은밀하게 그러나 열렬하게 추진했다.
분노가 전국을 휩쓸었다. 처음에는 우파가 시위를 주도하는 듯했다. 10월 1일 치를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 순회 유세에서 주르차니 ― 노동계급 출신이지만 1989년 이전의 일당독재 체제에서 '공산당청년동맹'서기를 지냈고 1990년대 이후 백만장자 기업인이 돼 공산당 출신의 정치 귀족들과 결탁했다 ― 는 엄청난 야유를 받았고, 이는 대부분 우파 '야유꾼들'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뒤 부다페스트와 헝가리에서는 드물게 지방 도시들에서도 시위가 시작됐다. 이 시위들은 곧 폭력적 양상으로 발전했다. 군중은 수도 한복판에 있는 국영 TV 방송국을 점거하고, 건물을 파괴하고, 당황한 경찰을 공격했다. 부상자 2백여 명 가운데 1백25명이 경찰이었는데, 이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비율이었다.
정치 집회가 거의 끊임없이 열리는 의회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밤중까지 토론과 논쟁을 한다.
방송국이 점거된 날 밤, 경찰은 의회 광장에서 군중을 몰아내며 앙갚음을 했다.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차량과 상점이 불에 탔다. 수백 명이 기마경찰에게 쫓기며 얻어맞고 체포됐다. 국가안전부 장관은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위대는 혁명을 주장하며 정부·주류 언론·허수아비 대통령인 쇼옴 박사가 모두 공범이라고 말했다.
주류 언론들은 '파시스트 폭도들'운운하며 프랑스 [빈민가 청년들의] 소요 사태 때 프랑스 우파 정치인들이 막말을 내뱉은 것과 똑같이 대중에 대한 엄청난 경멸을 드러냈다. 물론 시위의 이데올로기는 우파가 주도했다. 축구 훌리건들이나 다른 꼴사나운 괴짜들이 폭력 사태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개 대중적 분노의 매우 본능적이고 비정치적인 표현이다.
그럼에도, 시위대들에게는 분명히 핵심이 있었다. 하나는 그들이 철저히 기만당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가 제안한 정책들이 끔찍하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시위의 이데올로기를 광적인 우파들이 지배해 온 것은 헝가리 사회의 조직화 수준이 매우 취약하고 노조들은 허약한 데다 분열해 있고(최근의 조사를 보면 13개의 전국 노총이 있다) 이렇다 할 정치 좌파도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 '독립'좌파 단체들은 겁을 먹고 '차악'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위에는]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좌파도 (필자를 포함해) 극소수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