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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을 속죄양 삼는 유럽 지배자들

최근 〈뉴욕 타임스〉는 "유럽이 무슬림 소수자 문제에 관한 보이지 않는 선을 넘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갈수록 많은 주류 정치인들이 "이슬람과 유럽적 가치가 공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예로 벨기에와 오스트리아에서 무슬림 이주자들을 공격하는 극우 정당들의 득표율이 높아진 것을 들고 있다.

사실, 유럽에서 이슬람에 대한 공격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무슬림 이주자들은 계속 차별받아 왔다. 그러나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차별의 강도와 수준이 대폭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유럽에서 이슬람 마녀사냥이 횡행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무슬림들은 올 2월에 덴마크의 인종차별 만평에 분노를 나타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9월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슬람을 공격했다. 그리고 현재 유럽 주요 국가들은 모두 '이슬람 테러리즘', '이슬람 극단주의', '이슬람 전체주의'를 들먹이며 무슬림들을 문제 삼고 있다.

유럽 지배자들은 무슬림 자신들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진실은 지배자들이 자신의 의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슬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의 초점이 되고 있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무슬림 공격 사례가 이것을 명확히 보여 준다.

베일

노동당 정부의 전 외무부 장관 잭 스트로는 무슬림 여성의 베일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진정한 대화를 가로막고, 그 때문에 무슬림들이 사회적으로 분리되고 있으므로 무슬림 여성들은 베일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목적은 영국의 무슬림들을 소위 '영국인다운 삶'에 맞추기를 거부하는 "분리주의적"소수자로 그리면서, 자신이야말로 진정으로 무슬림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라고 내세우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여러 인종들은 거주지별로 분리되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서로 섞이고 있다. 맨체스터대학교의 루디 심슨 박사는 2001년 인구조사를 토대로 "인종적으로) 혼합된 거주지의 수는 1991~2001년의 10년 동안 9백64개에서 1천74개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쟁저지연합의 린지 저먼은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인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말했다.

"저들은 여성의 권리를 들먹이며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진지하게 여성해방을 추구하려면 여성들이 언제 무엇을 입는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재앙에 빠진 전쟁을 감추기 위해 무슬림을 공격하는 정치인들이 여성해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

사실, 무슬림 여성에 대한 잭 스트로의 비난은 대화를 하려는 순수한 시도가 아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 혐오를 악화시킨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지난 8월 토니 블레어는 이슬람을 ‘전체주의’와 연관지으며 "서구의 가치가 그들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노동당 장관들의 추가 공격을 고무했다.

따라서 무슬림 여성들의 베일이 아니라 이런 사회 분위기가 인종차별 공격을 고무하고 있다.

노동당 장관들은 '분리주의적'무슬림이라는 신화를 이용해 자신들의 전쟁을 '급진 이슬람'을 몰아내기 위한 시도로 정당화하려 한다.

런던 동부 소재 타워 햄릿츠의 리스펙트 소속 지방의회 의원인 라니아 칸은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말했다.

"노동당은 전쟁에 관한 논쟁에서 패배했다. 그들은 다른 좌파와의 논쟁에서 패배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슬람 혐오와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우파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것이 인종차별이 증가한 이유다."

인종차별

실제로 그들의 발언 이후 인종차별 폭력이 늘었다. 스트로의 주장 이후 폴커크의 이슬람센터가 방화됐고, 프레스톤의 한 모스크에 주차된 자동차가 벽돌과 콘크리트 덩어리에 맞아 파손됐다. 한 10대 무슬림은 칼에 찔리기도 했다. 리버풀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남성이 인종차별 발언을 하며 한 무슬림 여성의 베일을 강제로 벗겼다.

우익들도 이에 질세라 무슬림을 공격하고 나섰다. 보수당 당수 데이빗 캐머런은 보수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무슬림 게토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그 날 밤에 윈저의 무슬림들은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이것은 명백히 심각한 상황이며, 무슬림을 잠재적 또는 현재의 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노동당의 제국주의적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이 재앙에 빠지자, 노동당 정부는 국내에서 '적'을 찾고 있다. 그러나 영국 반전 운동이 보여 줬듯이, 무슬림과 비무슬림은 토니 블레어와 잭 스트로에 맞서 서로 단결할 수 있다. 인종차별 공격에 맞서 무슬림과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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