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혐오는 유럽 정부들의 지배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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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혐오는 고립을 ‘자초’ 하는 무슬림들에 대한 대중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니라 유럽 지배자들 거의 전체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유럽 지배자들이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중요한 맥락이 있다. 유럽 정부들은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을 핑계 삼아 중동 지역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인종신앙관계 장관 필 울라스가 학교에서 베일 벗기를 거부한 교사 아이샤 아즈미를 해고했고, 나치들은 무슬림들을 물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위협
유럽에서 두번째로 많은 무슬림 이주자들[주로 터키 출신]이 사는 독일의 경우, 최근 바이에른 주 교육부 장관이 히잡이 정치적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바바리아주 정부는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베를린의 한 극단이 무슬림들의 반발을 걱정해 무하마드의 잘린 머리가 나오는 오페라의 상연 연기를 두고 “극단주의자들에게 굴복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어떤 무슬림 단체도 극단을 협박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메르켈은 이것을 무슬림들이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사례로 곡해하려 했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한 독일 군사 전략 보고서를 보면, 독일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등 해외 파병을 늘리기 위해 군대를 “혁명적으로” 개편하려 한다.
독일은 이미 아프가니스탄(2천8백 명)과 레바논(2천4백 명)에 군대를 파병했다. 파병이 인구의 다수가 무슬림인 곳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슬림 마녀사냥을 강화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독일 병사들이 시신을 모독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 지난주에 폭로됐다. 이 때문에 철군 여론이 강화될까 봐 두려워하는 독일 정부는 무슬림 마녀사냥의 고삐를 계속 바짝 죄려 할 것이다.
유럽 최대의 무슬림 인구가 사는 프랑스의 경우, 무슬림 혐오 뒤에는 ‘테러와의 전쟁’ 동참(아프가니스탄에 9백 명, 레바논에 4백 명 파병)과 신자유주의 개혁 외에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가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내무부 장관 니콜라 사르코지는 극우를 포함하는 우파들을 지지자로 동원하려 한다.
사르코지는 무슬림 이주자 문제에서 “프랑스를 사랑하든지 아니면 떠나라”라는 나치식 구호를 채택했다. 그는 최근에 한 교사가 무슬림 혐오 내용이 담긴 신문 칼럼을 쓴 뒤 지탄을 받으면서 그것이 우파들을 결집시키는 쟁점이 되자 내심 즐거워하고 있다.
또, 프랑스 경찰들은 빈민촌 소요 일주년이 다가오자 ‘방리유’(파리 외곽 교외)가 ‘상시적인 인티파다’ 상태라고 말하며 무슬림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겼다. 사실, 지난해 프랑스 소요는 ‘급진 이슬람’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소요 후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의 쥐꼬리만큼만 주면서 진압 경찰을 풀어놓는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10월 17일 총리 로마노 프로디가 “여성이 베일을 쓰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그녀를 볼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해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을 쓸 수는 있어도 얼굴을 가리는 ‘니깝’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영국의 전 외무부 장관 잭 스트로와 같은 입장이다. 이것은 프로디 정부가 최근 아프가니스탄 파병(3천 명)을 연장하고 레바논에 대규모 파병(3천 명)을 결정한 것과 관련 있다.
‘니깝’
이런 무슬림 혐오에 반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프랑스의 한 여성운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 나라에 존재하는 분열을 뛰어넘어 공통의 적에 맞서 싸울 수 있느냐, 아니면 지배자들이 인종적 분열을 이용해서 우리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느냐가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지배자들이 베일 논쟁을 그토록 중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11월 18일 영국전쟁저지연합이 주최하는 ‘이슬람 혐오와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민중의회’ 같은 행사가 중요하다.
민중회의가 제기한 두 가지 문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반전 운동은 부시의 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면서 어떻게 무슬림에 대한 공격에 대응할 것인가?” 는 다른 유럽 나라의 활동가들도 한 번 곱씹어 볼 만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