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터시는 죽음의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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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터시는 죽음의 댄스?
조승희
탤런트 성현아가 엑스터시 복용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몇 달 전에 황수정을 히로뽕(필로폰) 복용 혐의로 구속해 도덕적 공포를 조성했다. 이제는 엑스터시 ‘폭풍’을 일으킬 태세다. 검찰은 ‘엑스터시 리스트’에 포함된 20∼30명의 연예인을 더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엑스터시 복용 혐의로 구속된 코요테의 김구 씨에게 1천5백만 원의 벌금을 매겼다.
언론은 엑스터시 같은 신종 ‘마약’이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히 번져 “도덕적 타락”을 부채질한다고 비난한다. 경실련 미디어 워치의 김태현 부장은 연예인들의 마약 복용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유행하는 춤사위에서 따와 “도리도리”라고 불리는 엑스터시는 나이트 클럽에서 흔히 구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엑스터시를 얼마나 복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1994년 영국 정부 간행물에 따르면, 16∼19세 청소년 가운데 9퍼센트가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또, 런던의 댄스 클럽에 드나드는 5백20명에게 물어 본 결과, 응답자의 97퍼센트가 “불법 마약”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마약 복용은 댄스 클럽 문화의 일부로서, 그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젊은이들이 엑스터시를 복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지적했다. “엑스터시는 세론토닌과 도파민처럼 우리의 기분을 바꿔 주는 신경 전달 물질을 생성시킨다. 젊은이들이 엑스터시를 복용하는 이유는 친구들과 서로 마음을 열기가 더 쉬워지고 에너지를 솟구치게 해 주며 기분을 더 좋게 해 주기 때문이다. 엑스터시를 복용하면 술 마시고 싶은 생각도 줄어들고 성욕도 줄어들기 때문에 성폭력으로부터 덜 위협받고 클럽 바깥에서 싸움이 일어날 확률도 줄어든다.”(1995년 11월 18일치.)
‘죽음과의 춤을’
엑스터시는 얼마나 위험할까? 1996년 영국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1980∼1994년까지 엑스터시 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39명이었다. 반면, 영국에서 한 해에 담배 흡연으로 죽는 사람은 10만 명이 넘는다.
물론 엑스터시를 술과 함께 마시거나 다른 마약과 섞어 복용하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보통의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엑스터시도 장기간 다량 복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마약 중독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2년 동안 1주일에 대여섯 차례씩 엑스터시를 복용한 사람은 나중에 심리성 질환을 앓는다.
엑스터시 남용으로 사망한 사람의 대부분은 저질 엑스터시를 복용했거나 탈수증 때문에 죽었다. 지난해에 영국에서 19세 소녀 로나 스핑크스가 나이트 클럽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서 엑스터시를 복용하다 탈수증으로 사망했다. 엑스터시를 복용하면 심한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악덕 나이트 클럽 주인들은 이를 이용해 화장실 수돗물을 잠그고 생수를 비싼 가격에 팔곤 한다. 불법이기 때문에 엑스터시 복용자들은 제품의 순도, 품질,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검찰이 엑스터시에 대해 퍼뜨리는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위험’하다는 이미지는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사회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어 통치력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