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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사유화 - 거부해야 할 미래

의료보험 사유화 - 거부해야 할 미래

정건

[편집자 주]미국의 민간 의료보험 제도를 비판한 영화 〈존 큐〉가 상영중이다. 2월에는 사회보험노동자들이 민간의보 도입에 반대해 파업을 벌였다. 민간의보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미국은 대표적인 민간 의료보험 국가다. 미국은 공적 의료보험이 아예 없다. 가계의 의료비 지출이 전체 국민소득의 14퍼센트나 된다. 반면, 공적 의료보험제 국가들의 의료비 지출은 국민 소득의 8퍼센트 미만이다. 미국 국민의 건강은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다. 국민의 18퍼센트인 5천만 명 가량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민간 의료보험은 개인의 건강 상태, 직업, 재산 등을 따져 가입 자격과 보험료와 급여 범위를 정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질병 위험이 높은 사람은 보험회사가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 가입해도 지불능력이 낮은 사람들은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질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다. 미국식 의료보험제도는 한 마디로 부자들에게는 천국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지옥이다. 건강유지기구(HMO)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의료보험 체계다. 그러나 HMO도 가난한 소수 인종,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의 가입을 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위치나 서비스 종류를 조정한다. HMO는 보험료가 싼 대신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지정된 병원에만 가야 하고 의사들의 환자 1인당 진료시간과 진료비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HMO는 의사들을 매수한다. 정기 검진 결과를 속일 만큼 의사들도 협조적이다. 그래서 일찍 발견해 쉽게 고칠 수 있는 병도 값비싼 중병이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 전경련, 보험회사들, 대형 병원들과 많은 의사들이 의료보험 사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은 1백원을 내면 2백20원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의 암 보험으로 이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9백원을 내야 한다. 한 해 보험금 지급은 2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재벌들이 가져간다. 사유화의 미래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 의료보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적 의료보험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비혜택) 항목만 보장하는 보충적 민간의료보험. 둘째, 공적 의료보험 체계와는 다른 별도의 수가와 의료서비스 체계를 갖춘 대체적 민간의료보험. 첫째 방식은 이미 도입됐다. 작년에 삼성, 현대, 교보가 상품을 내놓았다. 둘째 방식은 더 강력하다. 공적 보험은 유명무실해지거나 없어질 수 있다. 부자들은 민간의료보험으로 도망갈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공적 의료보험의 급여 확대를 가로막을 것이고 정부도 맞장구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중병에 걸리면 죽거나 아파도 참아야 한다. 의료보험 사유화가 아니라 공공성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도 보험 혜택이 진료비의 50퍼센트에 불과하다. 복지가 아니라 진료비 할인에 불과하다. 최소한 보험 혜택이 진료비의 80퍼센트는 돼야 한다.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는 것은 아마도 불행일 것이다. 그러나 부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검사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것은 카불이나 바그다드에서 폭격으로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