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모순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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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모순된 행보
정병호
이인제냐, 노무현이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돌입에 맞춰, 노무현에 관한 비평서인 《노무현 ― 상식, 혹은 희망》
모순
이 책의 필자들은 대체로 노무현이 이 사회의 많은 병폐를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영화 배우 문성근 씨는 “‘민주주의 실천’과 ‘민족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지역감정”이며, 노무현이야말로 “지역통합 다수파 민주정권”을 만들어 지역감정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 씨는 노무현이 언론문제에 있어서는 민주당 내 어느 후보보다 “개혁적”이므로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한 노동자는 노무현이 “약자를 위해 정의로운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썼다.
하지만 노무현에 대한 기대가 제대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실천”은 일관되기보다는 모순적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하는 그는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김대중이 “지역등권론”을 주장하여 영남인들을 자극했기 때문에 자신이 패배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또한 그는 최근 공기업 사유화에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곤 하지만, 한편에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대우자동차에 가서 해외매각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던 것과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에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를 위해 노동자를 설득하고 다닌”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이와 같은 모순된 처지가 낳은 정치적 결과물을 김대중 정부를 통해 보아 왔다. 김대중은 말로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행동은 정반대였다. 노무현이 당선된다면, 우리는 5년 동안 이와 똑같은 현실을 보게 될 것이다. 이광호 씨는 “김대중 정권의 정책 실패” 자체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옳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김대중 정권 하에서 빈부 격차가 심화됐고, 불안정 고용이 고착화됐으며, 부패는 오히려 더 만연해졌다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노무현은 김대중의 철저한 계승자이기 때문에 대안일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야말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근본으로 바꿀 수 있다. 지난 2000년 4·13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노동당은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에는 노무현보다 더 소신 있고 깨끗한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노무현 문제의 답은 민주노동당”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 상식, 혹은 희망》은 노무현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다. 노무현의 장점을 과장되게 부각시키면서 그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을 때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