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제주 4·3 공원 참배는 극우본색 물타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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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문수는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제주 4·3 평화공원에 방문했다가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참배 소식을 들은 4·3 유족들은 방문 전부터 “참배 거부,” “4·3 망언 사죄하라,” “4·3 왜곡 사죄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 등 유족 5~6명은 진입로를 막아서고 이렇게 항의했다. “빨갱이 공산당 집단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하지 않았냐.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고 어디를 참배한단 말이냐. 절대 못 한다. 차라리 내 배를 밟고 가라.”
사과 한마디 없이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위령제단 앞에 선 김문수에게 또 한 명의 유족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사과 한 마디라도 하고 참배하세요. 이렇게는 못 합니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 가는 게 아니에요” 하고 항의했으나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김문수가 다녀간 뒤에도 제주에서는 질타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제주4·3연구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도민연대 등 제주도 내 52개 시민사회 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역사적 진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도 없이 공학적 선거 일정만 수행하고 떠났다.
“4·3 희생자의 피맺힌 절규와 유가족들의 한 맺힌 통곡이 채 가시지 않은 이 땅을 밟으면서 그 정도의 진심도 없다면 김문수 후보가 과연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형식적인 사과조차 못하면서 헌화하고 참배한다는 것은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김문수는 2018년 사랑침례교회 강연에서 제주 4·3 항쟁을 ‘공산 폭동’으로 규정하는 극우적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였던 지난 2024년 8월 26일 인사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 주장을 했다.
이승만과 한미동맹에서 “건국”의 정통성을 찾는 극우들은 이에 반기를 든 4·3 항쟁을 현재까지도 집요하게 폄훼하고 비난한다. 4·3 항쟁 이후 수십 년간 역대 독재 정권들은 4·3 항쟁을 ‘공산 폭동’으로 규정해 금기의 영역으로 묶어 뒀고, 4·3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은 ‘빨갱이’ 낙인 찍기와 연좌제로 고통받았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춘〉의 배경인 북촌리 마을에는 ‘아이고 사건’이라고 불리는 일이 있었다. 이승만이 남한 단독 정부를 수립하고 초토화 작전과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인 1949년 1월 17일 북촌리에서 군인들이 아기와 노인, 여성 등을 가리지 않고 마을 주민 400여 명을 학살했다.
6년이 지난 1954년 1월, 초등학교 교정에 모인 주민들은 6년 전 억울한 죽음을 당한 영혼을 위해 묵념을 울리자는 한 주민의 제안에 묵념을 시작했고 설움에 북받친 주민들이 대성통곡을 했다.
이 사실이 경찰에 알려졌고, 주민들은 ‘다시는 집단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애도와 눈물마저 “불순한 죄”로 만들던 끔찍한 역사를 다시금 끄집어 내 활용하는 자가 4·3 영령과 유족 앞에 설 자격이 있는가.
김문수는 대선 기간에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4·3 항쟁 학살 진압의 책임자 이승만을 찬양했다. “공산 대륙의 끄트머리에서 자유의 대한민국을 세우게 된 것은 바로 이승만 대통령과 기독교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4·3 평화공원 방문 후 이어진 제주시 도심 유세에서도 이승만의 “뭉치자, 이기자”를 구호로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학살자 이승만의 한미동맹 업적을 찬양하며 4·3 영령의 넋을 기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김문수의 4·3 공원 참배는 선거를 하루 앞두고 득표를 늘려보고자 자신의 극우 본색을 물타기 위한 정치 쇼였다.
그러나 김문수가 4·3 영령과 유족 앞에서 보인 뻔뻔한 행태는 그의 극우 본색을 가리기는커녕 선거를 위해 이미 수십 년 전에 변절한 노동운동 경력을 팔아먹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얼마나 기회주의적 인물인지를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