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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노동자 투쟁 승리:
중동 급진화 물결이 이집트를 강타하다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물리쳤을 때, 〈맞불〉은 이 승리에 고무된 중동 민중 사이에서 새로운 대중운동이 탄생하려 하고 있고 특히 이집트 같은 곳에서 운동이 성장하면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을 심각하게 뒤흔들고 중동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실제로 헤즈볼라의 승리 이후 이집트에서 그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무슬림형제단은 교파 간 차이를 뛰어넘는 대중 조직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11월에는 전투적 학생운동가들이 대학교 학생회 선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교내 시위를 ‘헤즈볼라 스타일’(헤즈볼라의 깃발과 옷, 사열 방식을 채택해)로 진행했다.

무바라크 정부는 이런 급진화를 억누르려고 최근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문화부 장관을 포함해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히잡이 여성을 억압하는 전근대적 상징이라며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규제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서 반정부 세력(대표적으로 ‘키파야’) 내 이슬람주의자들과 다른 세력들(특히 자유주의자들)을 이간질해서 운동을 약화시킬 속셈이다.

그러나 무바라크 정부의 이런 술책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이집트 노동자 운동은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국영기업인 알마할라 섬유회사 노동자 3만 명이 2주 간의 공장점거 파업 끝에 승리한 것이다.

알마할라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한 직접적 계기는 경영진이 성과급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불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먼저, 알마할라 경영진은 무바라크 정부의 사유화 계획에 따라 조심스레 공장 매각 절차를 밟아 왔고, 성과급 지급 거부는 민간 기업인들에게 회사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수단이었다.

또, 경영진은 노조가 매각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경찰의 힘을 빌려 11월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해서 무슬림형제단과 관련된 노동자들이 후보로 등록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노동자들의 분노가 갑자기 폭발했다. 노동자들은 거의 2주 동안 공장들을 점거했고,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대중 시위 자체가 원천 금지된 이집트지만 경찰은 감히 3만 명 규모의 전투적 노동자 시위를 막을 수 없어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경영진은 항복을 선언하고 성과급 지급을 약속했다. 사유화 진행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무바라크의 철권통치만 믿고 있던 이집트 지배계급에게 이런 대규모 노동자 투쟁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관변 언론조차 이 투쟁을 1면 기사로 다뤘고, 야당 신문인 〈알와프드〉는 ‘노동자 혁명’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다수의 일간지들도 파업 내내 특집 기사로 실었다.

이집트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알마할라 노동자들의 승리에 고무됐다. 이집트 노동운동에서 20년 만의 가장 중요한 승리였다.

무바라크 정부가 헌법을 바꿔 사유화를 급속히 추진하려는 시점에서 거둔 이번 승리가 다른 부문의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집트 사회의 전반적인 세력 균형을 노동자들과 사회 운동 전체에 유리하게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