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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신자유주의 정책을 좌절시킨 대중 시위

지난 1월 31일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거의 10만 명이 식료품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집회·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멕시코인들, 특히 빈민들의 주식인 옥수수빵(또르띠야) 가격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폭(40퍼센트)으로 오른 것을 비롯해 우유·계란·콩·채소 등의 가격이 급등한 것에 항의하며 물가 통제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최근 미국 에탄올 연료 산업의 급격한 확장 때문에 멕시코가 수입하는 옥수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당연히 또르띠야 가격이 폭등했고, 하루 약 4달러의 최저임금을 버는 노동자들은 또르띠야 구입에만 소득의 3분의 1을 써야 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시장 옹호자인 칼데론이 자신은 전임 대통령들처럼 가격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겠다고 버티자, 이에 분노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칼데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들의 팻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선거를 도둑질한 칼데론이 이제는 또르띠야를 도둑질한다!”

집회에서 낭독된 ‘소칼로 선언’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의 농업 관련 조항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사유화와 시장 규제완화에 반대한다며, “국민 주권을 확보하려는 투쟁의 새로운 단계”가 열렸다고 선언했다.

칼데론은 저항에 밀려, 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지속할 것이고 온갖 형태의 사재기와 투기 행위자들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경제·농업·노동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 시위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하라고 지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하버드대 출신의 신자유주의자 칼데론이 외국인 투자 감소와 인플레 압력 가중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자유시장 원칙을 고수하지 않은 데는 항의 시위의 압력 외에도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첫째는 자유시장론자들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말고 옥수수 수입을 늘려 시장에서 가격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옥수수 수입이 늘더라도 멕시코 시장을 지배하는 한두 회사가 담합이나 사재기를 한다면 또르띠야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둘째는 제도혁명당(PRI)과의 동맹 유지 필요성이다. 지난해 7월 대선 당시 부정선거를 저지른 칼데론은 PRI의 지지 덕분에 겨우 대통령 당선과 취임을 선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시위에는 중도좌파 민주혁명당(PRD) 지지자들뿐 아니라 PRI 지지자들도 많이 참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PRI와의 정치적 동맹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멕시코시티뿐 아니라 9개 도시에서도 벌어진 이번 시위는 칼데론 취임 뒤 처음으로 벌어진 노동자·농민·좌파 활동가들의 조직적 시위였다.

물론 칼데론이 시위대의 요구에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답변한 것도 아니고,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은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해로울 것”이라며 임금 인상에 반대한 것을 볼 때 승리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AP〉기자도 말했듯이, “새 대통령의 자유시장 경제 정책들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번 시위는 칼데론의 약점과 멕시코 사회운동의 가능성·희망을 모두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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