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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의 두 얼굴

제국주의의 두 얼굴

“나는 대기업,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의 고급 경호원 노릇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한마디로 자본주의를 위한 깡패였다. 1914년에 나는 미국의 석유 이권을 위해 멕시코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이티와 쿠바를 내셔널 시티 은행의 친구들이 돈벌이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도 거들었다.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위해서 중앙아메리카의 여섯 개 공화국을 약탈하는 것도 도와 주었다. 1909∼12년에는 브라운 형제의 국제 금융 회사를 위해 니카라과를 정화하는 일을 도왔다. 1916년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미국 설탕 산업의 이익을 도모해 주었다. 중국에서는 스탠더드 오일이 무사히 빠져 나가도록 도와 주었다.”(미국 육군 소장 스메들리 버틀러)

한때 미국 국무부 관리였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한 뒤에 “마이크로소프트나 골드만 삭스는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걸프에 항공모함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오직 미국 군대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하고 썼다.

미국 국무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자 토머스 프리드먼도 1991년 걸프전 직전에 후쿠야마와 비슷한 말을 한 바 있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주먹이 없으면 결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맥도날드는 맥도날 더글러스[미국의 대표적인 무기 생산 업체]가 없다면 번창할 수 없다. 실리콘 밸리의 기술을 위해서 세상을 안전하게 지키는 보이지 않는 주먹을 미국 육군·공군·해군·해병대라고 부른다.”이런 말은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초토화하고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훨씬 더 타당하게 들린다. 서방 다국적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의 세계 지배 전략에서는 전쟁이 결코 빠지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세계화의 또 다른 측면이다. 미국 지배자들은 경제적 이익과 군사적 이익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여긴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경제적 기구들을 지배한다. 이런 기구들은 날마다 수천 명이 죽어가는 데 책임이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외채 부담을 안고 있는 제3세계에서는 세계무역센터 파괴로 사망한 사람들보다 세 배나 많은 어린이들이 날마다 죽어간다. 미국의 경제적 지배는 거대한 빈곤층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중동 같은 지역에서는 빈부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졌다. 이런 불평등·빈곤·불의가 대중 반란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고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를 증폭시킨다.

미국은 유엔과 나토 같은 국제 동맹 기구도 지배한다. 미국은 이런 기구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거스르는 모든 국가와 집단을 짓밟으려 한다. 가끔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직접적인 군사 개입도 감행한다. 1991년에 걸프의 석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 전쟁이 그런 경우다. 어떤 때는 미국의 정치적 지배와 권력을 확실히 보여 주기 위해 개입하기도 한다. 1999년에 세르비아 전쟁이 그런 경우다.

미국 정부는 아직도 몇몇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고수하고 있다.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40년 전에 쿠바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자산을 국유화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년 전에 이란에게 경제 제재를 가한 이유는 이란이 미국 기업들을 접수하고 미국의 거대한 첩보 기지를 폐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가 계속되는 이유는 사담 후세인이 1990년에 미국의 우방인 쿠웨이트를 침공해 미국 석유회사들의 이윤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다국적 기업들을 위해서 중동의 석유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의 “경비견” 이스라엘이나 친미 국가들을 후원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1974년 이후에만 8백억 달러(104조 원)를 이스라엘에 원조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미국한테 받은 무기로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한다.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살한다. 1984년에 이스라엘 경제가 붕괴 직전이었을 때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이스라엘 정부에 15억 달러(1조 9천5백억 원)의 긴급 원조와 30억 달러(3조 9천억 원)의 일반 원조 자금을 제공했다. 이것은 지난 20년 동안 IMF나 세계은행이 아닌 미국 재무부가 일국의 경제를 구제한, 매우 희귀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지배자들은 자국 다국적 기업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민간 정부를 전복시켰다.

1954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벤스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르벤스 정부가 시행한 토지 개혁이 미국 기업 유나이티드 프루트(미국의 식료품 회사인 치키타의 전신)의 이익을 위협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973년에 미국 지배 계급은 칠레에서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 정부를 전복한 피노체트 장군의 군사 쿠데타를 지지했다.

미국 지배자들은 1950년대에 이란에서 팔레비의 쿠데타를 지지했고, 1965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수카르노 정부를 전복한 수하르토 장군을 지지했으며, 같은 해에 자이르에서는 요세프 모부투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것을 지지했다. 이들 정권과 전 세계의 다른 많은 정권들은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자국 민중을 쥐어짰다. 기업들을 위해 군사력을 내세워 세계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18세기와 19세기에 영국 군대는 대영 제국이 아프리카, 아시아, 서인도제도로 확대되는 데 이용됐다. 그 덕분에 영국의 기업들은 값싼 원료와 새로운 시장, 저렴한 노동력을 쉽사리 확보할 수 있었다. 라이벌 기업들 간의 경제적 경쟁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자본주의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작은 기업들이 파산하면 더 큰 기업들은 그들의 시장과 공장을 인수했다. 소수의 기업들이 각국 경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국가와 기업들은 점점 더 유착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경쟁 기업들과 분노한 노동자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의 힘에 의존했다. 한편 국가는 다국적 기업들이 제공하는 부와 고용에 의존했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 많은 자본가 권력이 새로운 시장과 부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경쟁 때문에 제1·2차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비극이 발생했다.

제2차세계대전 후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간의 경쟁 때문에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같은 끔찍한 전쟁이 여럿 벌어졌다. 오늘날 우리는 이라크를 상대로 한 새로운 전쟁 몰이를 목격하고 있다. 그 전쟁은 무고한 남녀노소를 수도 없이 죽일 것이다. 1999년 시애틀에서 벌어진 WTO 반대 시위 이래로 반자본주의 운동은 체제의 심장부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과 금융 기관들에 계속 도전해 왔다. 이제 반자본주의 운동은 그런 다국적 기업과 금융 기관 뒤에 버티고 서 있는 군사력, 즉 고리대금업자의 뒤를 봐주는 집행관에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