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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4년,여성의 삶:
보육 정책 - 요람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둘째 낳으십시오. 낳기만 하면 노무현이가 키워 드리겠습니다.”

4년 전 노무현은 이렇게 큰소리쳤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저출산·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라며 호들갑을 떠는 동안 노동자들은 끔찍한 ‘보육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한국여성개발원의 3월 7일 발표를 보면, 직업이 있는 여성이 하루에 자녀 돌보기에 쓰는 시간은 무려 8시간 40분이다.(전업주부 여성은 13시간 20분)

직장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5백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84퍼센트가 설치 의무를 외면한 데다(2006년 1월 노동부 발표) 밤까지 아이를 맡아주는 어린이집이 없어 여성 노동자들은 퇴근 시간만 되면 발을 동동 구른다. 이 때문에 출산 후 퇴직한 여성 10명 중 7명은 퇴직 사유로 “육아 어려움”을 꼽았다(2005년 노동부).

육아휴직 급여는 올해 50만 원으로 올랐지만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양육비 1백32만 원(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적 부담(77.5퍼센트)” 때문에 “자녀를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73.1퍼센트, 2005년 한국리서치 조사) 게 당연하다. “결혼 후 1년 내에 임신해 2명의 자녀를 30세 이전에 갖자”는 ‘1·2·3 운동’은 “40세엔 파산한다”는 비아냥만 샀다.

부모가 밀린 임금 12만 원을 받으러 나간 사이에 어린 남매가 불에 타죽고, 혼자 집을 지키던 아이가 개에 물려 죽는 비극은 무상 보육시설이 충분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노무현은 보육 정책을 자화자찬하기 바쁘다. 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주요 여성 단체나 일부 지식인들도 “보육 공공성”의 기초를 마련했다며 노무현 정부 보육 정책을 호평한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50퍼센트를 넘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여성 노동자를 안정적으로 고용할 필요를 느끼고, 또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재생산이 어려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 보육 예산이 증가하고 보육료 지원 대상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여성개발원조차 “지원이 [보육]시설 이용 아동에게 국한돼 있어서, 시설을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하지 못하는 아동은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다”고 지적한다. 베이비시터에게 영아를 맡길 경우, 한 달 평균 55만 5천 원(2005년 여성부 보육실태조사)을 지급해야 한다.

한국의 보육비 재정부담률은 24.5퍼센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0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다.

2002∼2005년 민간 보육시설과 가정 놀이방이 5천6백98개 늘어날 때 국공립 보육시설은 고작 22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 비율은 5.2퍼센트로 오히려 줄어들었다.(스웨덴의 국공립 비율은 75퍼센트, 일본은 58퍼센트다.) 그마저도 대부분 직영이 아닌 민간 위탁이다.

게다가 정부는 민간 시설과의 “형평성”을 명분으로 국공립 시설 보육료를 꾸준히 인상해 왔다.

물론 민간 시설은 더 큰 불만의 대상이다. 기본보조금 지원이 도입됐지만 “각종 특기 활동비 등으로 걷는 비용이 추가돼 60만 원 수준에 이르고 … 부대 비용이 보육료 수준으로 뛰어올라서 재정 지원이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태복) 원장이 아이들에게 음식 찌꺼기 죽을 주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국공립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지만 1년 이상 기다려야 다닐 수 있다.

민간 위탁

질 좋은 보육에 대한 요구가 이렇게 큰데도, 정부는 평가인증제를 도입해 시설 개선 책임을 민간 시설 간 경쟁에 떠넘기고 있다. 하루 10시간 일하고 단 10분도 쉬지 못하던 보육교사들은 이제 평가인증제 준비 때문에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상하고 섬세한 보살핌을 받기는 더 어려워진 것이다.

노무현은 ‘비전2030’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등 ‘제도 혁신’을 통해 보육 서비스 등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좌파 신자유주의’적 해법에 따라 보육료 상한선 예외 시설까지 허용하려 한다. 이는 전반적인 보육료 인상과 ‘귀족 보육’을 낳을 게 뻔하다.(호주에서도 보육료 자율화 이후 보육비가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정부는 ‘요람’을 시장에 내맡기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2005년 한 조사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저출산 대책’ 1위로 꼽힌 것은 “국공립 육아·탁아시설 증설(54퍼센트)”이었다. “저소득층 자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실시”도 51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우선,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국공립 보육시설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해야 하고,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야간 보육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듯 모든 동네마다 구립 어린이집을 세워 무상 보육을 실시해야한다. 이것은 5백조 원에 달하는 땅을 소유한 1퍼센트의 부자들에게 제대로 ‘세금 폭탄’을 던질 수 있는 강력한 운동 건설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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