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출제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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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사람도 극소수 포함돼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퇴출 후보자 1백2명 중 93명은 비리를 저지를 만한 재량권이 전혀 없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구조조정 분위기 조성을 위한 억울한 속죄양들이었고 퇴직을 두달 앞둔 노동자와 여성, 장애인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지금 엄청난 인간적 수모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기능직·기술직·수도직 하위 공무원들이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능·기술직 중심의 구조조정(사유화)의 신호탄과 같다. 물 사유화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사유화를 위한 수순인 것이다.
결국 1년에 2회 실시하겠다는 3퍼센트 퇴출제는 하위직 공무원의 상시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퇴출제보다 더 무서운 것도 할 수 있다”던 행자부 장관 박명재는 4월 10일 중앙정부에서 더 강도 높은 퇴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에서 시작해 중앙정부로 이어진 구조조정 바람이 사기업까지 확대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사무실 폐쇄에 항의한 전공노 소속 연기군지부 지부장·사무국장·조직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고, 2004년 특별법을 거부하고 파업에 참가한 구로구지부 지부장·사무국장도 각각 해임과 파면이 확정됐다.
그래서 이창화 대경본부장은 4월 3일 ‘퇴출제’ 반대 촛불집회에서 “불법단체라고 탄압하고, 연금 개악과 함께 이제는 강제로 쫓아내려 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신호탄
행자부장관 박명재는 “공무원노조는 가만히 있어도 법 내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비웃기까지 했다.
결국 정부는 (파업권 배제와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특별법을 수용하면 대화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퇴출제’ 등 구조조정 계획을 강행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 수용파는 ‘(가칭)전국공무원노조 정상화와 대통합 추진위’(이하 통추위)를 임의로 구성해서 4월 9일 서울본부와 부산본부를 중심으로 특별법 수용을 전제로 한 조합원 총투표를 강행했다.
특별법 수용파는 ‘퇴출제’ 등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기보다 지난해 11월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인 “총투표 반대, 특별법 거부 노동3권 쟁취”를 뒤집는 데만 몰두하며 공무원노조를 분열시키고 있다.
한편, 공무원노조 권승복 지도부도 정부와 맞선 투쟁 건설에 머뭇거리며 중재안(파업권을 배제한 특별법 수용 입장)을 내놓더니 급기야 특별법 수용파의 요구사항(4월 대의원대회 개최, 설립신고 지부 대의원 할당, 5월 총투표 등)을 모두 받아들이며 타협해 버렸다. 유감천만이다.
대경본부는 이에 반발해 “해고자 복직, 특별법 독소조항 개정이라는 선결 과제 해결 없는 총투표 결사 반대, 4월 대의원대회 개최 반대, 권승복 지도부 총사퇴, 통추위 간부 징계”를 요구하며 공무원노조 사무실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특별법 거부 노동3권 쟁취’를 요구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권승복 지도부는 특별법 수용파와 거부파 사이에서 좌충우돌을 거듭하더니 정작 퇴출제 등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 건설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는 특별법 내 투항을 거부하고 구조조정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하려는 활동가들에게 혼란과 사기저하만을 가져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저지와 노동3권 쟁취를 위해 단호한 투쟁을 건설할 지도부이다. 물론 권승복 지도부의 행태는 좌파 지도부라도 노조 상근간부로서 협상에 연연하며 동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따라서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공무원 노동자들’로 결집해 온 좌파적 공무원 활동가들은 권승복 지도부를 대체하는 투쟁적 지도부 건설을 지지할 뿐 아니라, 투쟁 건설을 회피하는 지도부로부터 독립적인 현장 노동자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이미 구로지부 동지들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줬다. 구로지부 지도부는 퇴출제에 맞선 투쟁을 회피했지만 구로지부 활동가들은 독립적인 행동 건설로 퇴출제를 저지했다.
4월 말로 예정된 대의원대회도 특별법 수용 조합원 총투표를 제안하는 자리가 아니라 ‘퇴출제’ 등 구조조정에 맞서 총력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도 노동3권 요구는 여전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