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카이로 국제 반전 회의]컨퍼런스:
아랍의 민주주의 투쟁 지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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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사로 나선 '3·9 운동'[이집트 대학의 독립성 수호 운동 단체] 창설자 겸 카이로대학교 의과대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집트에서 민주적·정치적 자유를 위한 투쟁은 2백 년 된 오랜 투쟁이다. 1919년 혁명은 민족이 주권의 원천이며, 민주주의는 정치적·사상적 다원주의라는 사실을 보여 줬다. 이집트에서 부패와 독재는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두 번째 연사인 수단 지적개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제국주의 세력에 기대지 말고 우리 자신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 '마피아 계급'부패한 엘리트 지배계급, 신흥 '문어발'계급)이 우리의 일상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이 계급을 축출해야 우리가 해방될 수 있다."
캐나다의 반전 운동가 제임스 클라크는 이렇게 주장했다.
"서방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임무는 두 가지다. 첫째, 서방 세계에서 광범한 대중적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캐나다도 아프가니스탄에 2천5백 명 이상을 파병하고 있다. 둘째, 이슬람 혐오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무슬림의 정치적·시민적 자유를 공격하는 것에 맞서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캐나다의 이라크 참전 군인들은 캐나다 반전 운동의 강력한 지지 세력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저지르는 짓을 여기서도 저지른다면 우리도 이라크 저항세력처럼 행동할 것이다.'"
시리아의 민주화 운동가인 알라위는 이렇게 말했다.
"시리아도 정당 건설의 자유가 없다. 지금 시리아는 사실상 일당 체제다. 자유 선거가 시행되지 않는다. 허가를 받지 않고 3명 이상 모이는 것은 불법이다. 시리아의 현 정부는 경제 개혁하겠다면서도 정치 개혁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랍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계엄령 등이 철폐돼야 한다. 시리아의 49조법은 무슬림형제단을 처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가 안보 체제를 폐지해야 한다."
마지막 연사인 이집트 키파야 운동 지도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일가를 축출하지 않고서는 민주화가 불가능하다. 무바라크는 처형당해 마땅하다. 무바라크 정권은 파시스트 독재 정권이고 미국 제국주의의 대리인이다. 이집트의 역사는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빈곤과 실업 때문에 고통받는 노동계급의 요구를 지지한다. 이집트의 변혁은 단지 키파야 운동만으로는 안 되고, 마할라 투쟁 같은 노동자들의 투쟁과 결합될 때만 가능할 것이다. 지금 협상으로는 민주 변혁이 불가능하다. 무바라크의 헌법 개악으로 제도적 개혁의 길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이런 삼엄한 계엄 통치 상황에서는 선거를 통한 집권이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 준 전 세계 활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거짓말쟁이 미국 정부의 연대가 아니라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 라틴아메리카의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를 원한다."
연사들의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청중 토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발언들이 있었다.
"무슬림형제단은 항상 팔레스타인 형제들에게 연대해 왔다. 그러나 조급한 행동으로 기회를 놓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범아랍 구상으로 미국의 중동 제패 전략에 맞서야 한다."(무슬림형제단 여성 회원)
"3월 26일 무바라크의 헌법 개악으로 민주화 운동의 생존권 투쟁이 시작됐다. 5월 20일 시위에 연대해 줄 것을 호소한다."(이집트 키파야 활동가)
"우리는 미국 민중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유대인을 적으로 삼지도 않는다. 다만, 독재에 반대하고 민중의 자원을 강탈하는 것에 반대할 뿐이다. 이슬람은 자유·평등·정의·인간존엄성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헌법 개악으로 이집트 정치가 적어도 50년 후퇴했다. 정치적 개혁의 길은 폐쇄됐다. 그러나 이집트 민중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룰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무슬림형제단 남성 회원)
"민주주의 요구를 지식인들만이 하고 있다. 과거에 국왕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대중(민중)이야말로 변화의 주축이다. 지식인들은 대중의 의식을 고양시킬 의무가 있다. 신께서 우리에게 빵을 주실 것이다."(이집트 노동당 당원)
"영국에서 이집트 민주화 운동가 방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BBC 기술직 노조에서 이란 공격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영국 BBC 기술직 노동자인 이란계 여성)
"대중은 헌법 개악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런 회의에 대중이 함께하면 정권이 두려워할 것이다."(이집트 여성)
"베네수엘라에서는 일상적 일들을 투표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다. 예컨대, 이런 회의에서도 발언 기회나 시간 배분 등을 투표로 결정한다. 즉,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민중권력은 진정한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빈민가에서 그런 사상을 점차 선전하고 전파했기에 가능했다."(베네수엘라 '4·13 운동'대표)
"3월 26일 헌법 개악은 '헌법 쿠데타'다. 그동안 사법부의 선거 감시는 껍데기일 뿐이었는데, 이제 그 껍데기조차 벗어던졌다. 집권당인 국민민주당의 엘리트들은 저마다 2백만 제곱미터의 땅을 강탈했다. 유람선 침몰 사건과 함께 이집트 정치도 침몰했다. 정부를 법정에 세우고 정부 자체를 침몰시켜야 한다. 결코 좌절해서는 안 된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이집트 국회의원)
"엘리트들은 민중 사이에 뿌리가 없다. 정당과 조직이 필요하다."이집트 남성)
"나는 베를린에 거주하는데, 제국주의의 심장부에 있는 미국인들이 이런 회의에 더 많이 참가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민간인을 군사법정에 회부하는 법률이 제정됐다. 미국에서 시민권 탄압에 반대하는 언론들도 이 회의에 초청해야 한다. 다양한 세력들이 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개방적이어야 한다."미국인 여성 UfPJ 활동가)
"한국도 오랜 기간 군사독재 정권을 경험했고, 지금은 준자유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 있다. 1987년 6월에서 9월 중순에 걸쳐 거대한 대중투쟁이 일어났고, 이 덕분에 20년 사이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유민주주의 정부로의 전환이 전개됐다. 그 추진력은 노동계급의 투쟁과 조직이었다. 매번 권위주의에 향수를 느끼는 세력이 반동을 시도할 때마다 그것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확대해온 것은 바로 노동자들의 저항이었다."'다함께'참가단 최일붕)
"첫째, 모든 정당이 민주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종교적 투쟁이 아니라 정치적 투쟁이 필요하다. 둘째, 전 세계 민중에게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다. 민주주의는 자유다. 우리는 자유를 얻기 위해 대가를 치를 각오가 돼 있다."무슬림형제단 대학생)
"민주주의는 선사받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 할 대상이다."
"구체적 행동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국제 행동의 날을 제안한다. 식민주의와 권위주의에 맞서는 아랍 활동가들의 상설 협의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