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부대’ 파병:
제국주의 지원 위한 레바논 파병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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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기어코 레바논 파병을 강행했다. 7월 5일 레바논 파병 한국군(‘동명 부대’) 선발대 61명이 레바논에 도착했고, 오는 19일에는 나머지 부대원들이 모두 출국할 예정이다. 그리 되면, 모두 3백50여 명의 중무장한 특전사 부대원이 레바논에 주둔하게 된다.
정부는 레바논 파병은 유엔결의안에 따른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엔군의 레바논 파병을 결정한 ‘유엔안보리결의안 1701호’ 자체가 제국주의적 위선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7월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불법 침공했지만 헤즈볼라가 이끈 레바논 민중의 영웅적 저항에 부딪혀 전쟁 목적 ― 즉 헤즈볼라 분쇄(또는 적어도 무장해제) ― 을 성취할 수 없었다.
‘유엔안보리결의안 1701호’는 이스라엘이 이루지 못한 과제를 유엔군을 통해 이루려는 서방 ― 특히 미국과 영국 ― 의 책략에 불과했다.
이것은 현재 레바논에 파병된 유엔군 사령관 클라우디오 그라지아노도 공공연히 시인하는 사실이다. 그는 7월 3일 이렇게 말했다. “유엔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레바논 무장 단체들[헤즈볼라]이 은닉한 무기들을 찾아내고 이를 레바논 정부군에 넘겨주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의 불법 국경·영공 침범이 계속되고 있지만, 유엔군은 이를 못 본 척하기 일쑤다.
폭탄 공격
한국 정부는 또, 파병에 대한 반감과 우려를 무마하려고 파병 지역인 레바논 남부가 안정된 지역이라고 선전해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유엔군을 겨냥한 폭탄 공격은 정부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밝히 드러냈다. 이 공격이 일어난 지역은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티르에서 겨우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고, 여러 언론들은 레바논 내의 다양한 무장 단체들이 유엔군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한다.
오죽하면, 〈조선일보〉조차 “현지 상황으로 볼 때 실질적 교전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부대는 동명부대가 사실상 처음”(7월 5일치 사설)이라며 걱정하고, 국책 연구기관의 교수가 정부의 안전 홍보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며 “[한국군 파병지가] 안전한 지역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겠는가.
한편, 이처럼 불안정하고 “위협이 상존하는” 환경에서는 이른바 “자위권 차원의 선제공격”이 ‘정당방위’라는 이름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가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레바논인들이 한국군 파병을 반긴다는 정부와 우익 언론들의 주장도 터무니없다. 최근까지 레바논에 머물며 전쟁의 참상을 폭로해 온 박노해 시인은 지난 11일 레바논 파병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유력 신문사와 방송사[는] … 레바논 주민 대다수가 한국군 전투병 파병을 환영한다는 듯이 레바논 현지 특파원을 통해 잘못된 보도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군 전투병 파병에 반감이 깊어지고 있는 레바논의 민심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 한국이 레바논 침공에 침묵·동조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레바논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권침해 조사위원회 구성에 기권표를 던진 것을 레바논 아이들조차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국군 전투병이 파병되면 반감의 표적이 되고 있는 우리 병사들은 스페인 병사들처럼 비극적 상황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그러한 비극적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정부는 당장 레바논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
12일에 있었던 ‘레바논 침공 1년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40여 명의 반전평화 단체 회원들이 모여 “자이툰 부대 철수”, “레바논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