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이 한국인들의 납치를 낳았다 - 아프가니스탄 파병 한국군 즉각 철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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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샘물교회 소속 한국인 21명이 납치됐다. 자신을 탈레반 대변인이라고 밝힌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AP통신에 위성전화를 걸어 “내일(21일) 정오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인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납치된 한국인과 그 가족들의 심정은 지금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할 것이다. 우리는 납치된 한국인들이 하루 속히 무사 귀환하길 바란다.
납치 소식이 알려진 뒤 정부와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비극은 결코 처음 벌어진 일도,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불과 다섯 달 전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다산부대 소속 윤장호 병장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반전 운동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비극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한 채 미국의 침략 전쟁과 점령을 계속 지원했다. 따라서 이번 납치 사건 같은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지는 것은 거의 필연이었던 셈이다.
미국 부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지 5년이 지났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은 매우 끔찍하다.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절반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실업률은 40퍼센트를 웃돈다. 대다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와 전기, 의료시설 등은 ‘사치품’이다. 평균 수명은 43세로 추락했다. 비참한 점령 상황 때문에 2006년에만 216만 1천명의 난민이 발생했다.(미국난민이민자위원회(USCRI))
얼마나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전쟁과 점령으로 죽었는지는 정확히 가늠할 길조차 없다. 점령군이 사망자 수 공개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06년에 미군이 주도한 군사작전으로 사망한 사람만 4천4백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올해 들어 미군과 다국적군이 군사작전을 확대하면서 사상자 수가 크게 늘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외국 지원기관, 유엔이 공동 작성한 〈아프가니스탄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 3천7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최소 1천 명이 민간인이다. 최근에도 점령군은 동부 파크티카 주(州)에서 탈레반을 소탕한다며 학교에 있던 어린이 7명을 학살했다. 심지어 점령군 관리조차 미군 주도의 군사작전 때문에 “과도하게 많은 민간인 희생자”(아프가니스탄 주재 나토 민간인 수석 외교관)가 발생한다고 걱정할 지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점령 세력에게 극도의 환멸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인들 사이에서 다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것이다.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이 마치 ‘평화의 사절’이라도 되는 양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한국군은 미군과 함께 들어 온 침략군일 뿐이다.
다산부대는 바그람 기지 내 비행장 활주로와 부대 방호시설을 보수하는 등 명백히 미군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바그람 기지는 많은 민간인들이 끔찍한 고문을 당한 곳으로 흔히 ‘아프가니스탄의 아부 그라이브’라고 불리는 곳이다.
노무현 정부가 납치 사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대책은 간단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군 병력을 즉각 철수하면 된다. 또,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비슷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라크·레바논에 점령군의 일부로 파병한 부대들도 함께 철수해야 한다.
그 동안 노무현 정부는 국민 대다수의 철군 요구를 무시하고 파병을 계속 연장해 왔다. 노무현 정부가 만약 이번에도 철군을 거부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모든 비극은 고스란히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