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역사의 종말》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한국 방문:
진정한 인간해방을 향한 계급투쟁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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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에 이화여대 학술원은 프란시스 후쿠야마 초대 강연회(21세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를 열었다. 이 강연회는 5백여 명의 학생교수 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서울에 머물며 글로벌포럼에도 참석했다. 당연히 언론들은 그를 주목했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문제나 한국의 경제위기 탈출에 대한 세계적 석학의 지혜를 물었다.
우리에게 역사의 종말의 저자로 유명한 후쿠야마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이 발발한 2003년까지 부시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강경 외교노선에 영향력을 끼친 정치학자다.
사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동구권의 붕괴를 바라보며 자본주의와 그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에 쾌재를 부르던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하며 역사의 종말이라는 논쟁적인 구호를 선창했기 때문이다. 즉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에 대한 그의 낙관론은 자본주의자들의 보편적인 신념을 반영한 것이다.(그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그의 저작 이론과 서사 - 역사철학에 대한 성찰(일신사)에서 수행한 바 있다.)
그는 최근 미국 네오콘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 다시 한 번 유명해졌는데, 이 또한 이라크 민중의 저항, 세계적인 반전 여론과 운동의 압력이 만들어 놓은 결과로 보는 것이 옳다.
후쿠야마가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역사의 최종 승리에는 기본적으로 마르크스 비판에 기초한 자본주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강한 신념을 배경에 깔고 있다.
그는 이번 한국 강연회에서도 현대 사회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하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으로 좋은 정부, 현대사회, 시장경제를 들 수 있다. 거기에는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개인과 시민사회의 힘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후쿠야마는 마르크스가 기계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개인이 역사를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본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은 자유로운 개인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을 위한 사회다.
마르크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아무도 하나의 배타적인 활동의 영역을 갖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그가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을 도야할 수 있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사회가 전반적 생산을 규제하게 되고 바로 이를 통하여 내가 하고 싶은 그대로 오늘은 이 일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소를 치며 저녁 식사 후에는 비판하면서도 사냥꾼으로도 어부로도 목동으로도 비판가로도 되지 않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마르크스의 개인에 대한 강조는 자본주의에 대한 혁명적 비판의 문제이며 동시에 자유롭지 못한 개인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잉여노동에 대한 무제한적인 맹목적 충동 즉 잉여노동에 대한 충족될 수 없는 탐욕(마르크스, 자본론 1권)에 대해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후쿠야마는 기술과 과학의 현대화에 의해 일정한 단계에 이른 한 국가가 좋은 정부와 민주적 제도들을 통해 역사의 종착역인 자유민주주의에 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지하며, 동구권의 몰락을 마르크스주의의 몰락으로 일체화시킨다.
따라서 비정규직으로 자신의 노동력의 착취와 그에 맞선 저항의 끝에 결국 분신할 수밖에 없었던 고 정해진 씨와 같은 노동자들의 죽음이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과 같이 파괴의 폐허 속에서 목숨을 잃어야 하는 대다수 민중의 삶은 후쿠야마에게는 사건사(알렉스 캘리니코스는 그의 역사관이 페르낭 브로델이 사건사를 기각했던 것을 상기시킨다고 비판한다)에 지나지 않으며 또는 21세기의 민주주의라고 하는 장기 역사 발전에서 일시적 도전에 해당될 뿐, 결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승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가 지금까지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하며 자본주의 체제가 주는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서 계급투쟁을 내세웠던 것은 인간 역사의 발전에 대한 확신인 반면 후쿠야마는 거대서사의 관념론이 제공하는 역사 승리에 대한 확신 뒤에서 인간해방의 목적의식적 운동의 개입을 차단시킨다. 요컨대 후쿠야마가 말하는 역사의 종말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여전히 진정한 인간해방을 향한 계급투쟁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