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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최기영 출당은 ‘혁신’ 과제가 될 수 없다

우려스럽게도 일각에서 심상정 비대위의 과제로 최기영 동지 출당을 언급하고 있다. ‘자율과 연대’는 이미 성명서에서 이 문제를 당의 혁신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최기영 동지를 “영구 제명하여 출당시켜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비대위장도 출당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당해 차디찬 감옥에 갇힌 동지를 내쫓자는 주장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서글프다. 어쩌다 민주노동당이 ‘악법도 법’이라 하는 지경이 됐는가.

먼저, 최기영 동지는 ‘간첩’이 아니다. ‘일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공안기관의 말보다 동지의 말을 믿어야 한다. 떡값검찰 논란 중 한 여론조사에서 사법부를 신뢰한다는 국민은 고작 20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1·2심에서 사법부조차 ‘일심회는 실체가 없다’고 인정했다. 동지보다 공안기관의 말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은 왜 이것은 보지 않는가. 더구나 국정원과 조중동이 문제 삼은 최기영 동지의 ‘간첩 행위’는 바로 ‘북의 지령을 받고 한미FTA, 파병, 평택미군기지 반대 투쟁 등을 했다’는 것이다.

최기영 출당을 운운하는 당원들은 주되게 당원 정보 유출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최기영 동지는 이것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다. 공안기관조차 입증하지 못해 결국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공안기관을 그렇게 신뢰하는 사람들이 왜 이 사실은 못 본 척하는가.

백보 양보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옳은 일도 유쾌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NL인지 PD인지, 성질이 급한지 느긋한지가 적힌 문건이 동아시아의 가난한 독재 정부에게 넘어간 것이 그렇게 중범죄인가.

게다가 이것은 엄연한 이중잣대다. 당원 정보 유출이 문제라면, 종파적 충돌 과정에서 국정원 끄나풀인 〈조선일보〉에 일부 당원들의 ‘성향’을 시시콜콜 고해바친 사람이나 상대방을 검찰 고발하며 신상 정보를 넘겨 준 사람은 왜 문제 삼지 않는가.

당원 정보 유출은 핑계에 불과하다. 최기영 출당을 계기로 당이 ‘친북, 간첩’ 딱지를 떼고 기성 체제 안에서 ‘제도권 정당’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본심이다. 국가보안법에 맞서 싸우기보다 후퇴하자는 것이다.

‘일심회’ 변호를 직접 맡았던 이덕우 당의장은 이런 본심을 드러냈다. “일심회 사건 때 검사들이 … 주사파 문제가 장기적으로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당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기영을 출당시켜야 한다.]”

최고위가 지난번에 최기영 동지를 당직에서 해임했을 때 〈조선일보〉는 “진일보”라고 칭찬했다. 이제 출당까지 시키면 기성 체제와 언론은 ‘제도권 정당답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므로 심상정 비대위장은 결코 그런 배신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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