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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로 번지는 물가 인상 반대 투쟁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밀 값이 하루 만에 25퍼센트 오르기도 했다. 이미 매일 전 세계적으로 2만 5천 명이 식량을 살 돈이 없어서 굶어 죽고 있다. 이런 마당에 물가 인상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될까? 한 연구기관은 곡물 가격이 1퍼센트 오를 때마다 추가로 1천6백만 명이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급등 원인으로 작황 불안정이나 제3세계 곡물 소비 증가를 꼽는다. 또 어떤 이들은 농업 국가들의 ‘식량 민족주의’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주의 이윤 논리 때문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도 지적했듯이 “전 세계적으로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식량이 존재한다.” 문제는 식량이 사람의 생존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사용된다는 데 있다.

일부 정부와 기업 들이 바이오연료 생산을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여기면서 엄청난 양의 곡물이 낭비되고 있다. 예컨대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중 33퍼센트가 바이오연료 생산에 사용된다. 또, 투기자금이 곡물 투기로 몰리고, 거대 곡물 기업들이 이에 편승해 곡물 재고를 매점하면서 가격을 더욱 치솟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이윤 논리에 도전하는 투쟁들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투기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중동의 친미 독재 국가에서는 물가 인상으로 당장 끼니를 굶어야 하는 사람들이 대규모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정부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프리카 모로코, 부르키나파소, 카메룬 등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그 중 부르키나파소와 카메룬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발전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쌀과 콩 같은 주식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노동자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곡물 가격 폭등이 정치적 쟁점이 됐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곡물 가격 급등의 여파로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저소득층 가구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서민의 ‘구매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 우익 대통령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33퍼센트로 추락했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 투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라면이 사재기 대상이 되고 자장면 값이 껑충 뛰었다. 콩 가격 인상으로 두부 값도 크게 올랐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지만 친기업을 표방하는 이 정부는 기업들의 이윤은 건드리지 않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만 억누르려 할 것이 뻔하다.

이를 좌절시키고 우리의 생활수준을 지키려면 다른 나라 노동자들처럼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