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메트 평전》 (카렌 암스트롱, 미다스 북스) 서평 - 이슬람에 대한 왜곡 걷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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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메트 평전》
이정구
지난해 9월 11일 벌어진 테러의 범인이 “이슬람 근본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으로 지목되면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조지 W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에 비유한 것이나 우익 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 충돌론”을 주장한 것이 이런 관심을 부추겼다.
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무슬림
이슬람 단체들이 ‘이슬람’의 이름으로 인질을 잡았을 때 서방 언론들은 그것이 포로 대우에 관한 쿠란
《악마의 시》를 쓴 살만 루시디에 대한 이슬람 세계의 반응은 분명 지독히 편협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방 세계의 정신적 지주인 기독교의 편협함도 이에 못지 않았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성인으로 인정한 프랑스의 루이 9세는 1242년 유대교의 탈무드를 예수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간주하고 탈무드를 금서로 정해 불태웠다. 루이 9세는 유대인들과 논쟁하는 방법은 “칼로 깊숙이 배를 찔러” 죽이는 것뿐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기독교 이단자들을 재판하기 위해 최초로 종교재판을 소집한 인물도, 수백 명의 남녀에게 화형을 선고한 인물도, 이슬람 세계에 맞서 두 번의 십자군 전쟁을 이끈 인물도 바로 루이 9세다.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씁쓸한 역사에서 다른 종교와 공존을 받아들이지 않은 쪽은 오히려 기독교였다.
호색한
서방 언론은 무함마드가 여러 명의 부인을 둔 호색한이었다고 비난하지만 이것은 무함마드가 산 시대의 상황을 무시한 말이다. 7세기의 아라비아는 부족 사회였으며,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었다. 대상
더욱이 무함마드가 부인을 여러 명 둔 목적은 성적인 측면보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강했다. 무함마드는 이슬람 사상에 기초한 대안적인 집단
이슬람이 탄생한 메카와 인근 도시인 메디나는 유목 생활을 하는 시골 환경에 둘러싸인 상업 중심지였다. 아라비아 북쪽의 비잔틴과 페르시아 제국이 쇠퇴하면서 이 도시들이 중요한 거점으로 부상했다. 무함마드가 활동하던 메카는 여러 측면에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메카는 북쪽 두 제국에게 일상적으로 위협을 받았다. 또, 여러 부족들은 갈등 관계에 있었다. 메카가 상업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상인은 인구에서는 소수였지만 아라비아에서 가장 부유했고, 일부 상인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부 축적과 사적 소유가 등장하면서 계급 불평등도 함께 나타났다.
메카에서 강력한 부족이던 쿠라이시 족은 신흥 상인 계층이 가진 부를 나누어 갖지 못했다. 신흥 엘리트와 이 계층에 기반한 이슬람
무함마드는 혼란스럽고 불의로 가득 찬 사회를 개혁해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려고 했다. 이슬람이 평화와 화합과 질서를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새로운 상인 계급이 지배한 당시에도 메카에는 중앙 권력이나 법률 체계나 정치·행정 기구들이 없었다. 그래서 무함마드의 설교는 사회 개혁 호소와 동시에 메카의 지배 부족, 즉 쿠라이시 족에 대한 위협이기도 했다. 사실상 무함마드는 신의 계시를 받아 다신교에 대항하여 유일신을 설교한 것뿐 아니라 그 믿음에 기초한 국가를 건설하여 갈갈이 찢기고 흩어진 부족들을 통합하고자 했다. 무함마드가 처한 이런 현실은 예수가 활동한 때와는 비교된다. 예수는 로마 제국이라는 정치·행정 구조 속에서 신앙을 설교한 반면 무함마드는 이슬람을 설파하면서 정치·행정 조직도 함께 건설해야만 했다. 무함마드의 이런 처지가 그를 권력욕 넘치는 야심가로 왜곡할 수 있도록 소재를 제공해 주었다.
심장 없는 세계의 심장
이슬람은 전 세계 17억 인구가 믿고 있는 주요 종교가 됐다. 이슬람 초기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분열한 뒤 수많은 종파가 생겨났다. 이것은 기독교가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고 또 수많은 갈래가 생겨난 것과 마찬가지 모습이다. 도덕 재무장을 주장하는 보수 기독교와 평범한 기독교인들을 똑같이 여길 수 없듯이, 이슬람의 특정 분파의 주장과 행동을 무슬림 전체의 그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이슬람이 많은 민중에게 호응을 얻게 된 것은 기성 체제에 불만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빈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부자들은 소득의 2.5퍼센트를 이슬람 세금
그러나 이슬람이 상처입은 영혼을 달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암스트롱이 강조했듯이 “쿠란은 계속 이슬람교도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품위 있게 현재의 고통을 참아 내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슬람은 정당한 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해 엄하게 처벌한다. 또, 결혼과 이혼에서 여성들의 권리는 남성들에 비해 훨씬 적다. 이처럼 이슬람은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심장 없는 세계의 심장이자 민중의 아편이다. 종교가 지니는 모호함과 이중성 때문에 억압당하는 사람들이 종종 현실에서 억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종교적 형태로 표출하기도 한다. 이슬람주의 현상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그런데 서방은 종교적 차이가 중동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의 근원인 것처럼 치장한다. 그러나 카렌 암스트롱이 쓴 《마호메트 평전》은 이슬람과 무함마드에 대한 온갖 왜곡과 편견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만큼 뜻있고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암스트롱은 “서양은 결코 이슬람교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이슬람교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하고 지적했다. 카렌 암스트롱이 무함마드의 행적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해 심지어 무함마드의 목표가 ‘사회주의’였다는 등의 주장만 에누리해서 읽으면 이 책은 이슬람과 무함마드에 대한 매우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