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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 원 세대에게서 듣는다:
“아빠 월급은 그대로인데 등록금은 왜 그리 높을까요?”

대학 등록금 1천만 원 시대, 대학생들은 ‘학생인지 알바생인지 헷갈리는’ 생활을 하며 청춘을 압류당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생 최윤영 씨를 만나 등록금과 아르바이트에 쫓기는 버거운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윤영 씨는 한 사립대 법대 05학번이다.

“전 입학할 때부터 계속 알바를 했어요. 과외는 정말 많이 했고, 영화관 알바도 했는데 그건 진짜 힘들었어요. 주말 티켓 판매를 했는데 손님은 끝없이 오고 8~9시간 일하면서 20분 동안 밥 먹고 다시 와서 일해야 했어요. 계산을 하다 보면 천 원, 이천 원이 비는데 그것도 저보고 메우라고 했고요. 계속 서 있어서 그런지 배도 되게 아프고 너무 힘들었어요.

“스타벅스는 한 3개월쯤 됐죠. 일 자체는 덜 힘든데 계속 서서 하는 거니까 다리나 등 이런 데가 좀 아파요. [영업] 마감[시간]이 특히 힘든데 개강하고 나서는 계속 마감만 했어요. 집에 들어가면 12시, 12시 반? 그 다음날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영화관 알바할 때보다는 훨씬 나아요.”

시급 3천8백 원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일하며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인 3천8백 원.

“한 달에 25만 원 정도? 엄청 부족하죠. 버스비 내고 점심·저녁 먹으면 하루에 만 원씩 쓰는데 전 주말에도 학교에 가니까 30만 원이 들거든요. 용돈도 안 되는 거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그는 알바하며 고시 준비를 하느라 부유한 학생들과의 격차를 좁히기가 힘들다고 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기 손으로 돈 한번 안 벌어 본 애들이 우리 학교에는 많아요. 전 아무래도 시간에서 밀린다는 느낌이죠. 일하고 나면 피곤해서 또 공부를 못 하고요. 책값도 엄청 비싸요. 개정판이 거의 매년 나오니까 계속 사야 되고 학원비도 80만 원 막 이러는데 저희 집은 그런 걸 팍팍 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거든요.

“옛날에야 어려운 학생들이 혼자서 고시공부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죠. 집에서 다 뒷받침해 줘야 되요.

“‘기회의 평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일하고 남는 시간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마음 속으로는 계속 불안하잖아요. ‘아, 책을 사려면 돈이 없는데’ 이런 생각하고. 로스쿨 생기면 더 심해지겠죠. 돈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못하니까.”

살인적인 등록금은 시험 부담 못지 않은 압박이다. 윤영 씨는 등록금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를 높였다.

“등록금을 세 번은 부모님께서 해결해 주셨는데 지난번하고 이번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어요. 지금도 이자가 나가는데 문제가 뭐냐면 누적이 되는 거예요. 두 번째 받으니까 처음 받은 거에 더해져서 돈이 엄청 커졌는데 다음, 다다음 학기도 장학금을 못 받으면 또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부모님이 내 주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학자금 대출

“입학할 때만 해도 등록금이 2백70만 원이었는데 제가 2학년이 될 때 12퍼센트가 올랐어요. 3백만 원이 된 거죠. 1년을 휴학하는 동안에 또 올라서 이번에는 3백60만 원이 된 거예요. [1학년 때보다] 백만 원이 오른 거죠. 그래서 ‘빨리 졸업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빠 월급 인상률은 그렇지 않은데 등록금 인상률은 왜 그리 높을까요? 따라잡을 수가 없잖아요. 물가랑 비교해 봐도 등록금은 너무 많이 뛰어요.

“교수님이 ‘등록금 비싸서 못 내겠으면 다른 학교 가서 장학금 받고 다녀라’ 하셨는데, 돈 없는 애들은 좋은 학교 오지 마라는 얘기잖아요. 전 장학금[제도]도 문제가 있다고 봐요.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만 주는데 알바하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고 ….”

등록금이 비싼 만큼 교육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제가 원하는 과목을 못 듣는 거나 대형강의가 많은 것도 그렇고 등록금은 엄청 뛰는데 교육 여건은 전혀 나아진 게 없어요.

“처음엔 ‘아, 대학 가면 선배들하고 뭔가 사회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되게 진지해질 것이다’ 이랬어요. 근데 1학년 때부터 한눈 팔면 안 된다[는 압력에] 저희 반에는 중앙 동아리 같은 거 든 애들도 없어요. 집이 여유가 있으면 고시 준비가 아니라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제가 이중전공하는 정치외교학과 수업은 4분의 1 정도가 영어강의에요. 좀 어이없죠. 이러다 사학과 수업도 영어로 할 거냔 말이에요. 대학은 이미 학문의 전당이 아닌 것 같아요. 기업 맞춤 인재를 키우는 곳으로 스스로 만들고 있어요.”

높은 등록금, 학자금 대출, 대학의 ‘취업학원’화 … 단지 최윤영 씨만이 겪는 일은 아니다. 바로 이 나라 대학의 현주소다. 여기에 이명박의 노골적인 교육 시장화 정책은 학생들을 더 낭떠러지로 내몰 것이다. 이에 도전하는 학생과 노동자들의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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