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을 뚫고 들려 오는 생명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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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생명》 |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을 위한 공동행동 엮음 | 메이데이
추운 겨울밤의 고통과 침묵을 깨고 햇볕을 마주하던 날 나는 비로소 자유를 불러올 수 있었다. 이랜드 투쟁 연대로 구속돼 있다가 지난 1월 성동구치소 옥담을 넘어서며 출소하던 날의 기억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구속돼서 혹한 겨울을 빠져나와 따뜻한 봄의 길목을 만났을 때 반가운 책을 접했다. 바로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을 위한 공동행동’이 구속노동자들의 편지를 묶어 모은 옥중서한집 《푸른 생명》이다.
다소 묵직한 두께가 주는 부담은 책 장을 넘겨 구속된 노동자들의 주옥 같은 글을 만나는 순간 이내 사라졌다. 화려하거나 유창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노동자 ‘투쟁’의 언어들을 한 평 남짓 단절된 공간에서 처절한 몸부림으로 써내려 가고 있었다.
계급의 기억
펜으로 꾹꾹 눌러가며 절망의 공간에서 “희망과 연대”를 길어올리고 있다. 가슴 한 켠이 뭉클해져 오면서 때로는 비장함이 느껴지는 노동해방 투사들의 전의가 육척 담장과 쇠창살을 뚫고 전해진다.
《푸른 생명》의 1부 ‘서정시가 어울리지 않는 시대’는 구속노동자들의 옥중시를 엮은 것이다. 2006년 여름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의 처절했던 투쟁을 생동감있게 펼쳐 낸 조선남(조기현 대구경북건설노조 위원장) 시인의 ‘형산강 다리, 해방의 다리를 건널 때까지’는 그 중 백미다. 나머지 시들에도 노동해방을 향한 그들의 굽힐 수 없는 신념과 의지, 투쟁의 기억들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표현돼 있다.
아울러 2부 ‘겨울을 이겨낸 저 푸른 보리처럼’은 구속노동자들의 주옥 같은 편지들을 펼쳐내고 있다. 특히 2007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투사들의 이야기가 서신으로 생동감있게 펼쳐지고 있다. 나는 너무나 인간적인 이 노동자들이야말로 역사 발전의 주체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투사들의 편지를 읽다가 나는 어느새 긴 어둠을 뚫고 ‘계급의 기억’과 소통하고 있었다. 또한 국가보안법에 의해 구속된 수많은 양심수와 이주노동자 들의 글까지, 단번에 읽어 내려가기에는 아까운 소중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이 푸르른 봄날 노동자 계급의 기억과 함께 해 보자. 진정 온몸으로 ‘푸른 생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