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희 씨의 ‘아이들의 비극적 죽음을 이용하는 정부’ 기사를 잘 읽었다. 정부의 성범죄 처벌 강화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신자유주의 정책이야말로 아이들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처한 주된 위험’ 기사는 아이들 유괴·살해 문제에 대해서는 해법을 언급하지 않고,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공포에 휩싸여 있는 부모들에게 이 기사가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낯선 사람에 의해 살해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니 교통사고나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해 더 신경을 쓰라’고 읽힐 소지가 있다.

혜진·예슬이의 죽음은 아동 납치·살해에 대한 대처 방식도 지배계급과 평범한 노동계급의 가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줬다. 얼마 전 저녁 뉴스에 사설 보디가드들이 강남의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부잣집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지키고 있는 장면이 보도됐다.

이 뉴스를 본 노동자 가정의 부모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식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노심초사만 해야 하는 평범한 노동계급 부모들의 심정에 대해 공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