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반전 토론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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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반전 토론회에 다녀와서
김인식
10월 11일 ‘다함께’는 김승국 자통협 의장을 초대해 반전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 김 의장은 미국의 위선을 공격했다. 또, 조지 W 부시의 일방주의적 패권 전략이 국내외에서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강력한 반전 운동이 부시의 이라크 전쟁 계획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김승국 의장의 주장을 지지하면서 일부 주장에 대해 단서를 달고자 한다.
김 의장은 미국 지배 계급의 분열을 지적하면서, “시장이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부시가 전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보는 “군수 자본”은 전쟁을 지지하는 반면, “금융 자본”은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럼스펠드가 전자를 대변하는 반면, 후자는 파월이 대변한다는 주장이었다.
럼스펠드와 파월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군수 자본” 대 “민간 자본”의 갈등 구도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구나 전쟁을 지지하는 쪽과 전쟁을 반대하는 쪽 사이의 갈등은 더더욱 아니다.
미국 지배 계급 내부의 분열은 21세기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 전략을 둘러싼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면하고 있는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와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군비 지출 확대는 미국 경제를 잠시 떠받칠 수는 있어도, 제2차세계대전 직후의 장기 호황 때처럼 세계 경제를 확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장이 실패한 곳에는 군대가 개입해야 한다. 석유 통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렇다.
“매파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특히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중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지금 같은 속도로 경제가 성장한다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충돌할 수도 있다. 이라크 공격은 단지 미국의 중동 지렛대를 위협하는 세력을 없애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중국과 러시아 같은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지배 계급 내 “온건파들”은 미국의 ‘나홀로’ 이라크 공격은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사담 후세인이 제거되면 이란이 지역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 전쟁이 아랍 세계의 서방 동맹국들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 1991년 걸프 전쟁 때처럼 아랍 정권들과 유럽의 동맹국들을 포함한 대규모 다국적군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한다.
콜린 파월이 군사 행동을 통한 이라크 “정권 교체”라는 “매파들”의 목표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는 좀더 효과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즉,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사력뿐 아니라 국제 동맹 관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파월 같은 “온건파”가 득세하면 “이라크에 대한 막가파식 공격의 고삐는 느슨해지고, 중동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김 의장의 주장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편, 유럽과 일부 아시아 정부 지도자들이 미국의 전쟁 계획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정부 지도자들이 반전 운동의 원칙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전쟁이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심 없다. 그러다 나중에는 자신들이 미국과 함께 군사적 공격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은 이들 나라의 전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김 의장도 비판했듯이, 프랑스는 이라크 유전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 부시의 전쟁을 비판한다. 러시아의 푸틴은 지난해에 체첸인을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이라크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나눠 먹기 위해 “무기 사찰”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중국도 이미 지난해에 자기 나름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 왔다. 중국은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 민족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대가로 이를 묵인했다. 최근에 미국은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분리 독립 운동을 벌이는 무슬림 조직을 “외국 테러리스트 조직 명단”에 올려 놓았다.
독일 총리 슈뢰더는 전쟁을 반대하기는 했지만, 이라크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독일 미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들 나라 모두 1991년에 유엔의 이름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지지했다.
물론 기성 권력 체제의 분열은 많은 사람들이 반전 운동에 참가하도록 고무한다. 상층부의 분열은 광범한 사람들이 전쟁 몰이에 의문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승국 의장이 각국 정부들이 일관되게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